나는 부자였으나 가나한 자가 되더니 결국 거지가 되고 말았다

주둥이 하나 불거져나온 거지새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나는 자유의 부자였으며 휴일의 부자였다

남는 건 시간이오 가진건 백수였다

 

머리카락 하나부터 숨의 맨 끝가닥까지 내가 두고 싶은 곳에

두고 싶은 때에 둘 수 있었다

 

이제 곧 선거인데 남들은 놀러간다는데

나는 그날 쉴 수 있을까?

 

이번 주 주말에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과연 쉬게 될까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히히

어라, 왜 또 일이 생겨

못 쉬는는 걸까

역시 못 쉬는군 제기랄 되는 게 없어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번 주말에 쉬게 될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번 주말에 쉴 수 있을까 걱정하고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번 주말에 연연하며 전전긍긍

어쩌다 하루 쉬면 희희낙락 일하게 되면 또 일한다고 녹슨 등긁게처럼 엎드려 울고

놀 수 있을 것 같다가 일하게 되면 화를 참고

일할 것 같다가 쉬게 되면 좋긴 좋은데 결국

 

구걸하는 삶이 되고 있다

휴일을 구걸하며 살다니!

 

거지 중에서도 가장 천하고 조잡한 거지

그날 먹을 것에 전전긍긍하는 거지벌레가 되다니

 

때려칠까부다!!!

거지 같이 살기 싫어서 일을 하는데 결국 또 거지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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