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누구에게나 (그 질량은 저마다 다르겠으나) 일정량의 죽음이 정해져 있다면

한 번에 죽는 것과 여러 번에 나눠 죽는 것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예를 든다면

이런 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회의주의자가 되거나

혹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강도, 강간, 살인, 전쟁 등)을 통해 단번에 회의주의자가 되는 것처럼.

 

 

사실, 어느 나이 이후로는

새로운 세포 생성이 멈추고 오로지 죽어가기만 한다는데

어제 하루에 7만 개 죽고, 오늘 또 4만 개 죽는 식이면

우리는 늘 나눠죽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편,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하루도 멈추지 않고

나날이 사람의 세포가 죽어가는 걸 보면

다시 말해, 어제 죽고 오늘 안죽고 내일 죽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숨이 멈출 때까지 '하나의 지저분한 선'처럼

연장선상에서 죽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은 단 번에 죽는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좀 지루한 단번이지만, 지나고 나면 찰라라고 하니 뭐.

 

 

그렇다면 이것은 역시

인식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나눠죽는다고 생각하면 나눠죽는 것이고, 단 번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단 번에 죽는 것이다.

인식이 생물학적 수명을 어떻게 간지르거나 답답하게 만들거나 모종의 영향관계를 행사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도 잘 죽어보세, 라거나

오늘 하루도 묵념, 하는 식으로 내 세포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세포들에게도.

 

 

잠시 궁금한 것은

인간의 세포 또한 저마다의 유전형질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게으른 사람의 세포는, 그 세포의 개성도 게으른 것일까?

 

 

대답이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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