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중 심심해서 그림을 끄적끄적 그리다가
약간 울적해졌다
이쁘게 생긴 애 하나를 그려놓고 나서
좀 심심해 보이길래
웃기게 생긴 애 하나를 더 그렸는데
이 웃기게 생긴 애는
왠지 공부 못할 것 같고
왠지 변태나 악당이 어울릴 것 같고
순진무구할 경우 불행해 질 것 같았다
그래 뭐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리듯이 누군가
지구 속 인간들을 하나 하나씩 그려넣었다면
대체 왜
웃기게 생긴 사람을 그린 것인지
혹시 나처럼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리다 보니, 밍숭맹숭하길래,
이런 것도 그려보고 저런 것도 그려보는 거지 뭐
그런 생각으로 그린 건 아닌지
못생겼다고 불행해지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대체로 그렇게 된다
실제로 못생긴 사람이 불행해진다는 말이 아니라,
여기 다섯 개의 얼굴 중 어느 얼굴 가질래?
라는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바로 지금의 얼굴을 선택하지 않을 사람들에 대해
마치, 남들이 선택하고 남은 것을 주워 걸친 듯한
누추한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순도순 살건
오독오독 살갑게 살건
그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개인의 능력일지 모르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 내가 알 수야 없고
나는 그냥
웃기게 그려버린 이녀석에게 미안해지고 만다
왜냐하면
변명이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부정 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성의 없이 후딱 그려버렸다는 것
그리고
너무도 태연히
"너는 내가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이녀석을 그리고 말았다는 것
......
그래도 결국 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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