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세상

 

 

 

 

 

밤 샐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 일은 밤을 새서 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미리 일찌감치

 

홍차 한 주전자와

 

커피 큰 컵으로 하나를 마셔두었다

 

아 든든하구나

 

 

 

나는 한 때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쾌락을 즐기는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나는 또 한 때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습관적으로 피우는 걸 목격한 뒤 부터고

 

공공 장소에서 비 흡연자가 있는데도 담배를 피워 대기 까지의

 

사고 과정을 짐작해 보건데 상당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며

 

용감하다고도 생각했다가 무식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름 재밌는 상상을 해보는데

 

그들이 내뿜는 모든 연기가 어떤 웜홀을 통해

 

공간 이동을 거쳐서 

 

그들 아이의 콧구멍과 그들 어머니의 폐로 차곡차곡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족이 죄를 함께 지게 되는 연좌죄의 형식인데

 

왜 옛날 관리들이 연좌죄를 좋아했는지 짐작이 가는 상상이다

 

이것은 꽤 즐거움이 큰 행위인 것 같다

 

왜냐하면 벌을 줄 대상이 하나에서 둘 혹은 수 십명으로 늘어나는 거니까

 

 

 

 

아 오늘도 든든한 하루가 될 것 같다 

 

밤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