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중국에는 울음방이 있다, 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기사를 본 것 같기는 한데,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는 것이다.
어쩌면 본 기사의 내용은 다른 것이고, 그 기사의 내용을 보고
내 멋대로 상상해 낸 것이 울음방일지도 모른다.
울음방은, 울 곳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마음 껏 울다 나오는 곳이다.
심리치료실처럼, 자연스럽게 갇혀있는 자신을 이끌어내 준다.
그러면 갇혀있던 울음이 기어올라온다.
그러면 아무도 없는 공간, 아무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 공간에서
울고 싶은 만큼 우는 것이다.
그리고 돈은 시간만큼 지불한다.
울음을 이끌어내는 방법 같은 건 딱히 필요없다.
심리 치료실에 가는 이유가 자신도 어쩌지 못할 자신을 어째보기 위해서라면
울음방이란 적당한 환경만 조성해주고
찾아온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노래방이나 PC방 보다 훨씬 잘 될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
다만 문제는
사람들은 아직도 뭐가 정말 좋은 곳인지를 알아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시도 때도 없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혹은
술만 들어가면 울어대는 사람들에겐 조금도 필요가 없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잘 우는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울만한 일이 없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노릇.
울만한 상황, 울어도 되고 안울어도 되는 상황에서
대부분 울지 않는 쪽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도시는 생각만 해도 목이 맨다.
2
동굴이란, 바다와 더불어 서울 같은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왜 아파트만 지어대고, 동굴은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서울에는 박쥐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박쥐 조차 찾아보기 힘든, 동굴 한 번 들어가려면
강원도나 제주도까지 가야만 하는 이 암담한 현실에
암담함이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꼭 필요한 것은 만들지 않고
덜 필요한 것들만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동호회나 써클이나 동아리가 얼마나 미개한지는
동굴탐사 동아리가 있는 대학교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세상에, 어떻게, 동굴탐사 동아리가 없을 수 있단 말인지 모르겠다.
옆나라 일본,
심지어 패망하기까지한 일본에서는,
노벨문학상만 2명, 노벨화학상 등
몇 개의 노벨상이 수상되는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김대중대통령이 수상한 노벨평화상(맙소사, 이것은 어쩐지
수상했다기 보다는 봐줬다는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외에는
앞으로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나는 그 이유가
서울에 동굴이 없는 것, 동굴탐사동아리가 그닥 없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이것은 어떤 즉각적인 논리
모모하기 때문에 모모하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논리는 결국, 모모하면 한국이 세계 최고의 잘사는 국가가 된다,처럼
거대하며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결코 열쇠가 될 수 없는 답이다.
그런 류의
나라나 시대, 문화 전체가 변화될 정도의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논리의 시발점이 전혀 엉뚱해보이는 것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까, 서울 안에 아파트 대신 여기저기 동굴이 생기고
학원과외 대신 동굴 탐사가 이루어지는 청소년기가 마련된다면
세계 평화라든지, 노벨 무슨 상의 잦은 수상이라든지, 국민생활만족지수의 대폭 상승이라든지
가장 살고 싶은 세계 5개 도시에 든다든지 하는
몹시 거대한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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