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언더우드>라는 중저가 패션브랜드의 브랜드 네임을 무척 좋아했다.
나는 그 옷이,
under wood, 즉 '나무 아래'라는 뜻을 지니기 때문에
당연히, 나무 아래서 입는 옷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등산 할 때는 등산복을
수영 할 때는 수영복을
겨울에는 겨울 옷을
비가 올 때는 비옷을
야외에서는 아웃도어룩을
실내에서는 실내복을
군대에서는 군복을
농촌에서는 농사복을
...
그렇다면 내가 어느 나무 밑에 가고 싶을 때,
내가 어느 나무 아래 한참을 있고 싶을 때,
그 나무 밑에 가기 위해서, 혹은 그 나무 밑에 오래 있고 싶어서,
그래서 입는 옷을 생각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나쁜 벌레는 쫓고 좋은 벌레는 모은다거나
자신이 마치 나무가 된 느낌이 든다거나
나무 밑의 지루함을 없애주는 그런 기능성의 옷일 수도 있고
정서적으로, 나무 아래서 입기에 무리 없고 편안한
어쩐지 나무 아래야만 어울릴
그런 패션의 옷을 기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장을 몇 번 들락거리던 나는 결국
단 한 벌의 옷도 그곳에서 구입할 수 없었다.
언더우드
나무아래서
입을 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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