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사랑'이고
두 번째로 싫어하는 단어가 'love'이다.
그 의미나, 정체나, 존재나, 본질이 싫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 단어, 그 소리, 그 울림, 그 모양새의 그 문자가 싫은 거다.
왜냐하면 너무 지독히 식상하니까.
그 의미나, 사용처나,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사용방법에 있어서
사랑이라는 것이 무수히 많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단어는 [사랑]으로뿐이 표현되지 않아서
설사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 있더라도
그것을 차마 내 입으로 [사랑]이라고 발음하거나
[사랑]이라고 써서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기필코 언젠가 반드시
[사랑]을 대체할 문자를 만들어내서 쓸 거라고
비록 그 문자를 나뿐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지라도 나는 그 문자를 쓸 거라고
그래서 상대방에게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단어(적어도 아주 희귀한)를 통해서 그 감정을 전달할 것이라고
희망해왔다.
지난 주에 그냥 우연찮게 뭔지도 모를 도형을 그린 것인데
일주일간 때때로 관찰한 결과
이것이 [사랑]의 존재와 의미와 감정을 포함하되 [사랑]이라는 문자는 아닌 문자로서
(적어도 기호로서)
사용할만 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사소한 단점이 몇 가지 있는데
이건 일단 키보드나 핸드폰 키패드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손으로만 쓸 수(그릴 수)있다.
무어라 읽어야 할 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보는 것은 만족시켜주나
이 보는 것에 어울리는 그 소리까지 찾기가 쉽지는 않을 테다.
내가 이 언어를 이 발음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했을때
과연 다른 지독히 평범한 인간들 중 하나가 사용한 지독히 진부한 [사랑해]라는 말 만큼
파장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아주아주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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