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여자친구가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건 옳지 않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20대라고 가정할 경우,
여자의 20대라는 나이는
가장 자신을,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싶은 나이다.
하루에도 데이트 신청을 수 십 건을 받고
여기저기 어느 모임이건 나를 초대하고
그런 삶을 꿈꾸는 나이이다.
더구나 TV건 영화건 그런 여자가 되는 게
당연한 추세인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레 미모의 뽐냄과 잦은 초청에 기꺼워하는 여자를
탓하는 남자가 되는 건 옳지 않다.
그것은 마치
수영선수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니까 이제부터 수영장에 가지마"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수영선수는 자신의 연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또한 수영을 사랑한다.
이 두 개의 사랑은 다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자친구에게서 듣는 '예쁘다'는 말과
다수의 남들에게서 듣는 '예쁘다'는 말은 다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20대의 누구나
자신의 잘난 점을 칭찬받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수영선수는 수영을
배구선수는 배구를
마라톤선수는 마라톤을
화가는 그림을
음악가는 음악을 하면 된다.
여자에게 있어서 20대는 하이라이트다.
산속에 들어가 벌레 잡아먹으며
오직 하나뿐인 내 사랑과 모든 시간을 보내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의 불안은
불안이기 때문에
여자를 쉬이 믿지 못한다.
산 바깥으로 나오면
화려하고 재치있고 센스 있고 돈 많고 잘 생긴 많은 것들이
자신의 여자를 채갈 것만 같아서
자꾸 여자를 끌고 산속으로 은둔하려 한다.
이런 남자는 옳지 않다.
수시로 나는 그런 남자가 되었지만
어떻게든 그런 남자가 아닌척 하기도 하였다.
보통의 20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즐거워하는 시기다.
(물론, 다만 이름과 얼굴만 다를 뿐 새로 만난다는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훗)
사랑을 부메랑에 비유한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서의 메시지와는 다르지만
남자는 부메랑을 잘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먼 곳까지
가급적 푸르고 맑고 휘황찬란하고 멋진 곳까지
자신의 여자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도 돌아오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나 그렇게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여자친구만 생기면 된다.
ps. 나는 가끔 은행원이나 초등학교 선생이나 그런
내게는 몹시 드문 여자인 친구를 만나고는 한다.
이들은, 술도 권해 받고, 좋은 자리도 양보 받는다.
어느 자리건 미모가 권력이 되어 좋은 대우를 받는다.
메뉴판은 이들에게 날아오며
이들의 섬세한 표정을 읽기 위해 남자들은 감각을 곧추세운다.
남자들은 이들을 조금이라도 붙들어두고 싶어하며
자신과 따로 만날 기회는 만들 수 없을지 호시탐탐한다.
갖은 유머를 동원한다.
즐겁게 어울린 이 여자들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전화 한 통화를 한다.
보고 싶으니 지금 데릴러 와달라거나
재밌게 놀고 집에 가니 안심하라는 전화이다.
이런 걸 지켜보고 있으면
호탕한 웃음이 나온다.
이런 여자들이 좋은 여자들이고, 이런 여자의 남자친구들이 좋은 남자들이다.
어느덧 내 20대가 끝나간다.
지금 실컷 끝나간다고 떠들어대지 않으면
30대가 되어서 어떻게 끝나는 줄도 모르고 끝났다고 떠들테니
지금 실컷 떠들어야겠다.
20대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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