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신문인가에서,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전쟁이 날 경우 참전의사를 물었더니
결과가 상반되게 나왔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전쟁 나면
일(日) 싸우겠다
한(韓) 출국하겠다
이 신문이 대충 무얼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대강 짐작이 가능할 것 같다.
여태까지의 이와 비슷한 많고 많고 그 만큼 효과 없음도 많은
다른 기사들이 그랬듯이
그 원인을 이런 것, 이런 것, 이런 것에서 찾을 테고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거라는 뉘앙스로 결론을 맺을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비슷한 류의 기사들과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본문 기사는 읽지 않았다.
나는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전쟁이 날 경우
상당수가 참전보다는 도피를 택하겠다는 이런 생각의 원인 중에
아주 큰 한 가지로
일본과는 다른 이 차이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본 젊은이들은 대부분 군에 안가봤고
한국 젊은이들은 대부분 군에 가봤다는 차이.
군은 가본 사람이 알고
출산은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 안다.
어쩌면 이들의 판단은
애를 낳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네- 라고 대답하는 것
아이를 낳아본 사람들이 아니요- 라고 대답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아이가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으냐, 라는 머리의 판단이 아니라
그게 어떻든 간에, 나는 싫다-!라는,
몸이 반대하는 상황에 한국 젊은이들은 처해있는 지도 모른다.
군대는 애국심이나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이 아니다.
군에서는 지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희생자가 되어버린다.
전혀 원치 않더라도.
(그 예를 일일이 설명하기란 어렵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어쩌면 군대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곳 정도로 알지 모른다.
한국 젊은이들은, 군대가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고등학생들도 안다.
내 목숨을 대신 할만한 가치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족?
사랑?
군에서 목숨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명예이다.
“나라를 위해 죽어라, 너의 명예를 살려라!” 대충 이런 문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명예를 위해 살고 죽는 것의 당위성이나 타당성을 떠나서
‘대한민국 군대가 줄 수 있는 명예’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개발바닥만도 못하다는 것.
어느 피자가게에 갔는데,
저희 치즈는 알아줍니다, 그러길래 먹어보았더니
잡다한 지방이며 녹말가루가 95%이고 순수치즈는 5%인
싸구려 피자치즈를 써서 만든 치자였다.
라는 얘기가 떠오른다.
수치심이 90~95%, 이것저것 합쳐서 3~5%, 명예는 한 2%?
한국문화에서 군문화는 너무 자연스럽고
내 동생, 내 아버지, 내 형, 이런 것들이 왕래하고
면회 삼아 나무 많고 공기 좋은 부대 앞도 몇 번 거닐어 본 경험도 있고
그러니 군대 군대 군대
마치 드라마 구경하듯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만
군대는 살인을 훈련하고 다짐하는 곳이다.
당연히 웃기다고 웃으며 말한다고 그곳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손에 칼을 쥐고, 슬그머니 가족이 잠자는 곳에 들어가서,
그리고 그냥 상상만 해보라.
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그러니까 일본의 젊은이들을 매년 10만명 씩만 데려다가
대한민국 군대에 일반 사병으로 입대시키고
그리고 나서 다시 설문조사를 해본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딱히 이상하게 생각되지는 않을 것 같다.
Ps.
이러한 종류의 설문이나 대비가
남자들에 국한되어 이뤄진다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여자를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한국에 전쟁이 나면 여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은지
정도는 미리 준비해볼 여건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막말로, 이런 일이 생겨선 안되겠지만
다시 전쟁 포로로 납치된 한국 여성들이 다시금 위안부 같은
역할을 강요당한다면
그 충격에 어떤 식의 대처(이를 테면 정신적인)를 해야 할 것인지 등 말이다.
먹을 것은 어떻게 구할 것이며
피난 등의 이동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이며
짐은 어떤 식으로 싸는 것이 효과적일지 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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