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뭔가 비뚤어졌다는 거
그래도 상관 없다는 거
어쩌면 나를 뺀 나머지가 다들 비뚤어진 지도 모른다는 거
그래도 상관 없다는 거
예전에 매그넘 전시회를 보고
종군 기자가 되고 싶다, 고 생각만 했었는데
그래도 상관 없다는 거
정신 테스트에 따르면
나는 죽음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 편, 자살에 대한 욕구도 있다는데
어쩌면 죽음이 무서워서 자살하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상관 없다는 거
공포, 라고 말로 써놓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지만
막상, 몸이 절벽처럼 굳어버리고 심장 하나만 곧추서서 돌개바람을 맞는 것처럼
경직, 맥박의 질주, 악다문 비명, 이런 것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면 왠지
그래, 난 죽기 직전이면 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될 거야, 라고 맘 먹었던
것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내가 울린 여자애의 우는 모습이나
전봇대가 기울도록 손바닥으로 두들겨대던 어느 가을 밤을 떠올리리라 생각했으나
막상, 언덕길 내리막길에서 싸구려 자전거로 트럭에 부딪치던 때
떠오르던 건, 어릴 적 빨갛게 녹슨 쇳덩어리 대문 앞에 놓아두었던
자장면 그릇에 배가 아파 남기고만 자장 속에 반쯤 파묻힌 젓가락 껍질.
분리수거 할 걸...
헤어지는 일이 가슴 아픈 일이라면
좋아서 모였건 어쩔 수 없어 모였건
여기저기 모여서 함께 진열되어 있는 편의점 레토르 음식이나, 요구르트 같은 것들.
버릴 때도 같이 버리면 좋을 건데...
에이...
분리 수거 안하길 잘했네...
하며, 죽을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