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느날 문득- 이랄까, 싶은

그런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것 같다.

 

직업을 가지고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될 때가 되지 않은 것을 지금 해내기 위해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는 것.

 

그러니까 오늘

어느날 문득 느낀 무엇이 있는 어느날이고 싶어서

어느날 문득의 그 어느날이 된 것만 같다.

자연스럽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찾아와 주었으면 싶어서 억지로 데리고 온 누군가의

같은 하루.

 

이쪽 일이 그래서 그런지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란, 자꾸

폼을 잡으려고 든다는 것이다.

 

되도 않는 폼을 잡아 귀여워보일 나이는 지난 것 같고

그렇다고 되는 폼을 지니고 있거나

혹은 그런 폼을 지니려고 애쓰는데 노력하고 싶지는 않은데

자꾸,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한다.

 

말투, 표정, 눈빛, 웃음, 손짓 같은 것들이

개량되고 개량되고 개량되는 느낌.

산다는 것이 좀 더 나아지려 하는 것이라면

그 개량되는 것이 나쁠리 없지만

목적지가 애매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을 위해 나는 폼을 잡는지.

 

 

살면서

어릴적부터 주욱

존경할만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존경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모자람의 일부분이기도 하지만

내가 보아온 책들, 영화들 속에 그것과

현실 속의 어른들 사이에 넘어설 수 없는 큰

구덩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왜 어른들은 좋은 책, 위인전 같은 것들을 보여줄까?

그렇게 되라는 것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되는데 왜 꼭 책이나 영화 같은 것들이어야 할까?

그야, 실제로 주변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 그런 위인들이.

 

그러니까 소위

나는 부자가 못되도 너는 부자가 되길... 이런 것.

 

언뜻 생각하기엔 자식 위한 바람직한 마음 씀씀이 같기도 하지만,

이 얼마나 속좁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이런 속좁은 생각의 덩어리와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고 다니다가

책 속에서 그것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괴로운 일이다.

 

나는 부자가 못되도 행복하다.

어쩌면 너는 부자가 되는 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도와줄게.

 

이런 정도의 의식은,

열심히 생각, 고민 할 필요도 없는 기본적인 마음이 아닐까?

왜 자녀에게 굴욕을 물려주려 하는지 모르겠다.

 

아, 나의 아버지는 부자가 되고 싶었으면서 부자가 되지 못해 불행한가봐. 저런.

나의 아버지는 그렇구나.

이건, 삶에 대한 굴욕이 아닌가.

 

어쨌거나 여전히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폼을 잡는 것에 신경을 쓰고 노력을 들인다는 것은

...

 

꿈을 잃은 대학생이 공무원시험 준비나 하는 것과 닮은 것도 같고

...

 

 

그러므로 지금 나의 폼, 포즈는 결국

여자를 꼬시기 위한 것 정도의 수준일 것이다.

 

잘나 보이고, 잘난 사람으로 보여짐으로써

여자를 꼬시려는 심리.

 

 

혹은 주변사람들의 인정을 통해서 안정을 찾으려는 심리일지도...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는...

 

 

어째서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는 체감과 확신이

남의 시선과 남의 주둥이 남의 찬사를 통해 얻어지고는 하는 걸까?

그건 아직도 내가

겁이 많아

바다 깊이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모래사장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폭폭폭폭 올망졸망 걸어다니고만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다만 바라보기만 하고...

 

 

 

 

어느날 문득, 억지스럽게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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