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창피함을 두려워하지 말라!

도전하라! 부딪혀라! 깨지는 것을 겁내지 말라!

 

라는 메시지들이

살다 보면 여기저기

터진 실밥처럼 달라붙을 때가 있다.

 

사실, 종종 있다.

 

그렇긴 한데, 어딜 가나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젊은이들은 대체로 창피함을 당하거나

깨지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두려워하기까지는 않더라도, 무척 꺼려한다.

 

맥주 광고에서도

자꾸만 부딪히라고 하는데

그나마 카스 광고에서는 톡! 부딪히라지만

스타우트 광고에서는 아주 심하게 부딪힐 것을,

그것이 젊은이의 특권임을

전달하려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말 지겹도록,

그런 메시지들을 접하면서 자라고 살면서도

여전히 젊은이들은 창피 당하는 것을 꺼리고 싫어한다.

 

?

 

현실과 다르니까.

 

예를 들어,

영상을 통해 접하게 되는,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 받고 창피 당하는 상황들은

지나치게 멋지게 연출된다.

 

게임에 져도 멋지고, 진흙탕에 굴러도 멋지고,

엉뚱한 착각을 해서 비웃음을 사도 멋지고,

창피한 행동을 한 것조차

최소한 귀여워 보이기라도 한다.

 

게다가 기껏 실수라고 나오는 장면들이

일반인들은 결코 비웃을 수 없는 고난도 기술이랄까...

높은 수준의 실수들이다. 

 

다시 말해,

젊은이들이 전달 받아온 메시지는 조금도 솔직하지 않다.

 

젊은이들이여! 창피함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이 너희를 보다 멋지게 발전시켜 줄 것이다!

라는 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쏙 빠져있거나

전혀 다르게 전달되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창피함을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바보처럼 보이고, 추하거나, 비웃음을 사거나, 망가져 보이거나,

왕따를 당할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래도 창피함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고 전달해야 비교적 real 하다.

 

이름난 CF 감독에게 2천 만원씩 연출료를 주어가면서

제품이 최대한 멋지게 느껴질 수 있도록

환상적인 visual을 뽑아내도록 요구하면서

망가지고 넘어지라니

보통의 젊은이들에겐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미화시켜줄 회당 2천 만원 연출료의

감독이나 PD가 없단 말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어떤 선택이 놓여져 있을 때

창피 당할 지도 모르나 해보고 싶은 일과,

그래도 창피 당하지는 않을 평범한 일이,

앞에 있을 때,

당신이,

창피 당할지도 모를 일을 선택한다면,

그 선택은 분명 당신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며

그 선택 자체도 몹시 탁월하다.

 

그러나 창피 당하게 되는 그 모습만큼은

여과 없이 당신이 느끼는 그대로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심장이 뛰고

불쾌하고, 죄를 지은 것 같고,

후회가 되거나,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는

그 감정이 당신의 모습이다.

 

도전 끝에 결과가 좋지 않아 창피당하는 것이

누가 봐도 '보이기에 멋진' 일이라면

왜 스스로 하기를 꺼려하겠는가.

 

그건 누가 봐도 다만, 창피를 느낄 일이다.

 

창피 당하는 사람이 멋있는 이유는

창피 당할 걸 각오하더라도 뭔가 내키는 짓을 시도하는 것 때문이고

그로 인해 추한 모습이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젊은이여! 도전하라! 두려워 말라!는 말 따위와 때깔 나는 visual정도로는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이런 건.

 

왜 창피하고 추한 모습의 이것이

결국 나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건

생각의 여지를 떠나 기본적인 거잖아?

 

사소한 것들에 남들 신경을 많이 쓰고(그렇다고 배려하는 것은 아닌)

남들 속에 섞이길 좋아하고

낯선 이들 속에서 나서기보다, 익숙한 이들 속에서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추하게 보인다고 해서

자꾸 용기를 종용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건 마치,

강도를 막으려다 칼에 찔린 사람의 모습을

10m 쯤 떨어져서 아름답게 포착한 사진과 다름 없지 않은가.

 

이런 사진을 보고

똑같이 따라하다 칼에 톡! 찔린 사람은

내장을 바닥에 흘리고 똥오줌을 질질 싸면서

고통, 고통, 고통,을 느끼면서

이런 거였나? 할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또 멋지게 보이겠지만)

 

그러니까,

강도를 막아세우다가는 칼에 찔릴 수가 있고,

칼에 찔리면 무척 아프며 죽을 수도 있고,

이것을 미리 알아둔 사람만 강도를 막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이런 것들을 알면서도 강도를 막는 사람은

두려움 없고 용기가 있으므로

진정 아름답네,

정도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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