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mate

 

 




“혐오시설 장례식장 주택가에 웬말이냐!” “죽은 사람 앞장 세워 돈 벌 궁리 그만하고 산사람도 생각하라!” “매일 보는 장례행렬 어린 정서 피멍든다.” 한림대 주변 엘리트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가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다. 춘천성심병원에서 장례식장 건설 계획을 밝히자 이에 인근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충 비슷한 문구들이 중복되어 사용되었으며, 끝내 “집값 떨어질까 걱정된다.”는 문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누구나 짐작하는 그것을 여전히 드러내길 꺼려하는 모습이다. 이런 것도 독특한 한국사회의 특징일 것이다.

동네에 화장터나 납골당, 장례식장 등이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가끔씩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된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납득 할 수 없는 이유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장례식장이 혐오시설이라면 죽은 사람과 그들의 가족들은 혐오시설 이용객이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누구나 장례식장을 이용한다고 보면,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은 혐오시설 이용객들이다. 앞에 문구에서 “집값 떨어질까 걱정된다.”를 현수막에 빼놓아도 누구나 그것을 읽어내는 것과 같이, 이 역시 독특한 한국문화의 일면이다. 누구나 이용하는 혐오시설의 존재라니 놀라운 발상이다.

다른 문구들을 살펴보면 “매일 보는 장례행렬 어린 정서 피멍든다.”에서는 재밌는 시각이 발견된다. 전형적인 어른관점에서의 아이들 시각이다. 어린이날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인 핸드폰과 부모들이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인 책 사이만큼의 거리가 있는 문구이다. 정서의 토대는 가정에서 먼저 형성되고, 이미 가정에서의 안정된 정서를 지닌 아이들은 외부 것에 대한 좋고 싫음의 의사반영이 가능하다. 정작 장례행렬에 관한 아이들의 의견은 삭제되고, 아이들의 눈을 가린 부모들이 “이건 너희들 정서에 안 좋을 게 뻔해.” 라고 말하는 꼴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혐오시설이라고 말하며, 결국은 그 부모들을 아이들은 장례식장으로 보내게 된다. 대체 혐오시설이라고 교육받은 그 장소로 아이들이 부모를 보내야 할 때의 심정이란 건 도무지 추측이 불가능할까, 이 지구인들에겐.

삶의 절반인 죽음, 그러나 지나치게 폐쇄적인 산업형태의 장례 산업. 이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고자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근무하는 김현국씨를 만나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점차 병원의 장례시설을 선호하고 있으며 서울대학병원은 종합병원들 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브랜드이다.

김현국씨의 정확한 직업은 ‘세종호텔 외식사업부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식당 지배인’ 이다. 김현국씨가 하는 일은 장례식장에 상가가 들어오면 우선 상담을 실시하며 제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손님 수와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음식주문을 결정하여 준비하는 일이다. 그리고 장례 동안에 손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 직업의 가장 힘든 점은 늘 야근을 해야 하며, 일 년 중에 쉬는 날이 없다는 것이다. 김현국씨는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에도 쉴 수가 없다는 것을 가장 힘든 점으로 들었다. 때문에 가족들과도 휴일을 함께 보낼 수없으며, 이 직장에 근무하는 3년 반 동안 친구들을 제대로 만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일주일중에 가장 짜증이 나는 날은 일요일이라고 한다. 남들이 놀러 갈 때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가 되고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난다고 한다.

스트레스의 종류가 장례라는 특성 때문 일거라는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 나왔다. 근무 초기에는 죽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상대하는 것이 좀 힘겹기도 했다고 한다. 언제나 울고 상심에 젖은 모습에 감정이 동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모습들이 무덤덤해지고, 지금은 그런 슬픔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근무 조건에 따른 ‘휴일의 없음’이 김현국씨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라고 한다.

다른 직장과는 출퇴근시간이 반대이며 휴일도 없기 때문에 김현국씨의 여가는 비디오에만 집중된다. 텔레비전은 많이 보지만 흥미를 주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한다. 광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여서 선호하는 브랜드도 전무하며, 어떤 매체의 광고든지 신경을 끌지 못한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점은 오전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낮에 잠을 자게 되고, 그래서 가족들이 잠자는 시간에는 잠을 못자고 돌아다니며 가족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기 일쑤라고 한다.

현재 서울대학병원의 장례식장은 성업 중인데, 이것은 서울대학병원이라는 브랜드 힘이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장례식 산업은 광고를 금기하고 있으며 입소문을 통해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장례식장의 광고가 사람들에게 어서 죽으라는 소리로 들릴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최근 장례문화는 화장이 많이 늘고 있으며,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의 경우는 매장과 화장이 비등한 수준이라고 한다.

장례식장이 광고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김현국씨도 선뜻 명함을 꺼낼 수 없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장례 산업과 관계된 명함을 받는다는 것은 찜찜한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명함을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처럼 자신을 드러내려 애쓰는 시대에 드러내길 어려워한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어린 정서 피멍든다.”고 하는 어른들의 시선처럼, 지레짐작을 통한 거리낌이 아닐까 싶다.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언제나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증이 있다. 광고에 있어서의 ‘장례’라는 새로운 제품의 등장은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지 모른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무수한 명함들 사이에 ‘장례식장’ 이라는 단어는 신선한 느낌을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병원이라는 기업적 입장에서 장례식장에 대한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장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보다도 확실한 수요에 대한 안심일 것이다. 서울대학병원은 이미 병원에 있어서 브랜드 파워 1위를 지켜나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분당에도 병원을 건설 중이다. 장례식장만이 아니라 병원도 가급적 광고를 자제하는 데 이것은 “사람 목숨으로 돈 벌려한다.”는 인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의 이유는 역시, 브랜드 파워에 의한 넘쳐나는 수요 때문이다. 서울대학병원에는 환자들이 넘쳐나며 하루 16만원의 병실은 언제나 줄줄이 예약되어 있다.

그리고 이 넘쳐나는 환자들은 곧장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의 손님이 된다. 환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례업체를 찾아본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언제나 환자가 죽은 뒤에 “급하게” 장례식장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병원에 붙은 장례식장은 광고 없이도 잘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다른 장례식장에서 눈에 띄게,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에 띄게 광고를 한다면, 환자가 죽었을 때 보호자들의 선택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어느 군보다도 다양한 인물 군이 손님들로 형성된다. 그 중에는 조직폭력배나 고급정치권력, 경제권력, 연예인들이 있다. 서울대학병원은 의료진과 의료시설에 대한 제품신뢰도가 높으며, 교통과 지리적 이점이 크고, 오랫동안 쌓아온 인지도를 통한 브랜드 파워가 크다. 때문에 몹시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들 중에는 장례식 값을 깎으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가장 난감할 때는 조직폭력배들 중에서도 양아치 조폭들이 손님일 때라고 한다. 이들이 값을 깎으려 하면 정말 난감하지만 이를 잘 처리해야하는 것도 김현국씨의 일이라고 한다.

이제 좀더 세밀하게 김현국씨의 일에 대해 접근해 보자. 김현국씨는 출근하자마자 우선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상가가 얼마나 들어왔으며 호상인가 악상인가를 예민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상일 경우는 분위기가 괜찮지만, 악상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한다. 장례식장 일은 서비스업이며 그 특성상 어느 부분의 서비스보다도 친절해야한다. 장례식장을 찾은 손님들은 친인의 죽음을 통해 어느 때보다도 예민해 있으며, 사소한 것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직업은 마음가짐이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손님들한테는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것에도 손님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로 NO는 없다. 어떤 경우라도 해보겠다고 말하며 성의껏 노력한다.”는 김현국씨의 말은 이 직업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에 따른 일종의 직업병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자신이 손님의 입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때면 언제나 그 질을 꼼꼼하게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버스를 탈 때나 밥을 먹을 때나 그 업체와 사람들의 서비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또한 매번 상가가 들어올 때마다 섭섭함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이처럼 서비스를 열심히 하더라도 대부분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건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시 장례 산업의 특징으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표현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마디로 잘해야 본전이고, 조금 못하면 정말 크게 욕 얻어먹는 직업이다.”라고 김현국씨는 말한다.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게 된다고 한다.

다른 재미있는 것은 죽은 자들에 대한 김현국씨의 시선의 변화이다. “처음에는 죽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안 들고 그냥 상가가 들어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손님이 없을 때는 오늘은 상가 안 들어오나 하고 기다리게 된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있어야만 소득이 있는 장례 산업의 재미있는 특성이다. 이들이 사람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이 죽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장례식이라는 전문 산업이 생겨난 이유도 죽은 사람의 가족들은 마음이나 머리가 안정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례식장 직원이 너무 감정적이 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직업의 존재이유를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남이 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현국씨에 따르면 모든 동료들이 소화계통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언제나 야근을 하고 늘 긴장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물 소화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그 말마따나 김현국씨의 모습도 무척 말라 있었다.

장례문화가 없어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한은 장례 산업은 없어질 수가 없다. 이 없어질 수 없으며, 없어서도 곤란한 시설을 혐오시설이라 단정 짓는 것은 고쳐야할 사고방식이다. 장례 산업은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며, 그 존재자체를 거부하기 보다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평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장례식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존엄한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손님으로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 진다. 하나하나를 모두 내 가족처럼 상대한다면
이 직업에 종사 하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의 장례 트렌드는 깨끗함과 간소함, 편리함을 선호하고 있다.

서비스직종의 만족감은 손님들의 평가와 반응에서 얻어지게 된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은 그저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장례식 산업에서는 손님들로부터의 감사의 말을 듣기가 힘들다. 장례식장에서 “고맙습니다.” 등의 말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호상이냐 악상이냐에 따라서 가족들과 장례식장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어떤 면에서 장례 산업은 손님들의 영혼을 매만지는 산업으로도 볼 수 있다.

지금 서울대학병원은 상당수의 건물들이 증축공사 중이다. 춘천성심병원도 증축공사를 마쳤으며, 강원대학병원도 한창 증축 공사 중이다. 여전히 의료산업은 번창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 내의 장례사업도 함께 성장 중이다.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도 증축 중인데 건물 맨 위 층을 새로 만들어서 특실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특실 상가는 부유층을 위한 것이며, 부유층의 장례식장에는 약 2000개 이상의 봉투가 모인다고 한다.

기실 현대사회에서 장례식이라고 상업적 특성을 감춰 둘 수만은 없는 일이다. 또한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그대로 감수하는 것도 더 이상은 좋지 않다. 3일 만에 억대 규모의 현금이 모일 수 있는 그런 부문이 장례 산업이다. 장례 관련 직종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춰진 이면을 찾아 놓아봤자 잘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 곳곳에 감춰진 심리적 특성들이 드러나 있으니 재미있게 감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종교에 따라 제사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달라진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에 따라서 제사, 헌화, 둘 다 가능으로 나뉘는 것이다. 광고 제작에 들어간다면 호상이나 악상, 그리고 종교 등에 민감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시체를 닦는 아르바이트가 하고 싶어서 춘천 학곡리에 있는 장례식장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학생은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 해 여름은 마냥 놀았다. 든든히 배를 채워서 폼나게 곡소리를 하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가끔은 진짜 죽은 영혼의 위로자는 가족들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장례 산업이 이미지 변신만 한다면 선호도가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전화 상담이나 고민상담만으로도 돈이 되는 시대에, 앞으로는 일정기간 친구나 애인이 되어 주는 직종이 생길 수도 있다. 상처입은 자들을 위로해 준다는 soul mate 정신은 장례산업에 있어 좋은 슬로건이 될 수있을 것 같다.

혹은, soul mate sony 정도라도. 음악은 힘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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