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미녀들의 수다,의 준코 때문에 속상한데
엘리자베스에게서 냄새까지 나기 시작했다.
미녀들의 수다는 TV프로그램인데 한국에 거주하는 젊은 외국 여성들의
토크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중 한국에서 유학중인 준코라는 여성이
자신을 가르치던 한 교수가
성적을 줄 테니 섹스를 하자
고 제안 한 적이 있다는 말이
방송에 나가서
지금 매우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외대에서는 그 교수를 파면시켰다고 하지만,
그 교수 하나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매년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이
대학 관계자들, 대학 내 학생들로부터 비롯되는 것을 보면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무식함을 감출 수 없는 국회의원이나,
똑똑해보이는 국회의원이나 하는 짓은
비슷해보이는 것처럼
많이 배우신 교수들이나
머릿속엔 연애와 취업 밖엔 없어 보이는
학생들이나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이런 쪽에서는 비슷한 면모
즉, 불쌍하고 비굴하며 천박한 남성
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만약 정말 그런 제안을 할 만한 위치에 있고
또 그런 제안에 넘어올 것 같은 여성이 있다면
그리고 안 걸리고, 소문도 잘 안 날 것 같다면
나도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파면당한 교수는
40살이 되도록 쌓아온 것을
속 시원히 날려버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역시 조심해야겠지?
하며 몸을 사리게 하는 정도의 역할은 해주는 것 같으니
약간은 쓸모 있는 사람 같다.
여기서 남성의 비의,
랄까 하는 것을 느낄만한 가정을 해보게 된다.
준코는 예쁘고 젊은 여성이다.
그런데 만약, 못생기고 젊지도 않은 여성이
"저, 어느 교수가 자기랑 자면 성적 준다고 그랬어요"
말할 경우
왠지 지금처럼 분노의 감정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그건,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납치 살해를 당한 뉴스를 보더라도,
그 살해된 대상이
아기거나 학생일 때 뉴스를 보는 이들의 분노가 더 크다.
그 다음은 젊은 미모의 여성,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맘씨 좋은 여성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맘씨 좋은 남성
의 순서가 아닐까?
어떻게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아주 못생긴 여자가 방송에 나와서
저 그런 제안 받았어요, 하면
어쩐지 잘 믿기지도 않고,
아! 좋았겠네요~
이런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남자들의 이런 공통적인 특성이
준코같은 미녀라면
파면의 위험이 있더라도 어떻게 한 번 해보려는
모험심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건
내가 앞에 말했던
똑똑한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이나 극과 극은 통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일 것이다.
이를테면
다
그런 법이지,
랄까...
엘리자베스는
내가 운동하러 다닐 때 운동복을 넣어다니는 빨간 쇼핑백의 이름이다.
내가 지어준 이름이 아니라,
그 쇼핑백을 회사 어디에서 주웠는데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로 그렇게 써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엘리자베스, 운동 가자!
라고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운동을 다녔는데
운동복은 계속해서 바꿔 가지고 다녀서
오히려 냄새가 별로 없는데
엘리자베스에게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맙소사.
가뜩이나 준코 사건 때문에 마음도 아픈데
엘리자베스 너마저 냄새를 풍기다니...
아~ 이 땀냄새가 너에게 그런 제안을 했단 말인가?
너에게 자유를 얻어 줄 테니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그러나 나는,
가뜩이나 준코 때문에 속이 상해서
자유를 받아들여 놓아주지 않고
냄새나는 대로 들고 다니련다.
그러니 어쩌겠어?
세상이 늘 그렇듯
속지를 말던가,
후회를 말던가,
참을성을 키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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