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액정의 네모난 모양을 반대한다
카메라 렌즈는 동그랗다.
동그랗게 빛을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액정 또한 동그랗게 보여야 뭐랄까
…타당하다.
그런데 보통의 디카들은
모두 액정이 네모나다.
이 말은, 동그랗게 받아들인 빛의 영상을
내부에서 모종의 시스템으로 네모나게 편집을 한다는 얘기다.
그것은 물론, 편리함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편리성이 타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액정이 아닌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바라볼 경우에도
뷰파인더 속의 프레임은 네모나다.
그것은 보면 알겠지만 뷰파인더 자체가 네모난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제 빛을 받아들이는 렌즈는 동그랗다.
렌즈 바깥에 네모난 프레임을 만들어서
애초부터 네모나게 재단된 빛을 받아들이게 만든 카메라도 있고
렌즈가 빛을 받아들일 때는 가로막는 것이 없어도
필름 현상이나 액정으로 볼 때는 네모나게 보여지도록 하는 카메라도 있다.
나는 이점이
인위적이랄까, 근대적이랄까, 산업사회적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네모난 모양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면,
실제로 렌즈도 네모나게 연마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끔찍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리고 렌즈가 동그랗다면, 액정이나 필름도 동그랗게
사물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불편하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이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게 여겨진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제 우리의 눈동자는 동그랗고
우리가 눈동자를 통해 인식하는 영상은 결코 네모난 프레임 속의 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눈은 2개니까, 완전한 원형의 상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사각의 네모난 영상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눈을 통해 자연스럽게 원형에 가까운 동그란 프레임 속의
영상을 보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유독 카메라를 통해서는 네모난 영상이 편안하다.
내가 볼 때 카메라 액정이나 필름, 현상된 사진 등의 형태가 네모난 것이 편안한 것은,
후천적 학습에 의한 것 같다.
가만히 자신의 눈동자를 굴려가며
세상을 바라보면,
내 눈동자가 세상을 네모나게 재단해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메라 액정처럼 선명한 테두리를 느낄 수는 없지만
대략 타원에 가까운 것 같다.
만약 동그란 렌즈로 동그랗게 받아들인 영상을
동그란 화면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텔레비전과, 카메라 필름, 카메라 액정, 스크린 등에서 보여지는 영상이
동그란 프레임 속에 보여진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영상미학의 생산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동그란 스크린과 동그란 필름 동그란 액정의 생산이 필요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연출하는 감독,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등의 전문가들이
촬영을 구상할 때 구상의 시작점부터 동그란 프레임이 계산되어야 하며
동그란 프레임을 살리는 독특한 표현기법들이 새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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