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 탈락 횟수 증가에 따른 심리 변화
1차 탈락 했을 때:
아니! 천재인 내가 도로주행 쯤이야 단 번에 붙어야 할 텐데…
믿을 수가 없다. 인정 못함…
뭔가 잘못됐어. 운명의 궤도를 누군가 잘못 건드린 거야.
운전이야 안전하게 잘 하면 되는데 이런 째째한 항목들로 체크를 하다니,
과연 국가정책답군.
난 국가권력에 진 건가? 국가 체제에 맞춰 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이러니 내가 반 정부 감정이 생기는 거지…
그나 저나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내가 도로주행 따위에 떨어질 수가 있지?
내가 도로주행에 떨어졌는데 왜 지구는 멀쩡하지?
이제 곧 멸망하려나?
망할 놈의 기아 '봉고 3세', 내가 기아차 타나 봐라...
2번째 떨어졌을 때:
아… 아깝다. 거의 붙은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겨우 속력이 조금 적었다고 떨어뜨리다니.
아니 익숙한 자기 차도 아니고, 생전 처음 타는 시험용 차인데
당연히 조심해서 운전해야지 어떻게 평소 운전하듯이 속력을 막 내라는 거야?
정말 운전의 마스터를 만들려는 건가?
내가 F1 레이서가 되기를 바라는 거야?
어떤 차를 타더라도 단번에 자기 차처럼 능숙하게 모는?
그건 일본 만화 주인공 중에 있었는데...
떨어져도 이렇게 아깝게 떨어지다니… 정말 아쉽네
이렇게 아깝게 떨어졌으니 다음엔 꼭 붙을테니 그냥 합격 시켜주지
이게 무슨 시간 낭비람…
3번째 떨어졌을 때:
이거 왜이래. 또 떨어졌어?
혹시 내가 운전을 너무 못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연습을 좀 해볼까? 아냐 무슨 도로주행에 연습 따위를 해?
게다가 도로주행 떨어질 때는 한 번 스트레스 받지만,
연습할 때는 연습하는 내내 계속 스트레스 받잖아?
시험이 연습이지 뭐… 그런데 다음에 붙을 수 있을까?
게다가 연습 안했나 내가? 연습 했지만 차가 너무 다른 걸?
다른 차종으로 연습하면 시험 차종 때 어색해서 안 좋아.
근데 정말 운전을 못하는 거 아냐? 내가?
왜이래… 난 운전 엄청 잘하는데 왜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역시 국가 기관은 군대와 비슷하군.
나도 모르게 내 사고방식을 고쳐놓고 있어.
내가 운전을 못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국가의 음모에 휘말려선 안돼.
마음을 편안히 가지자…
ps. 오늘 도로주행 시험을 3번 째 봤는데 또 떨어지고 말았다.
재밌게도 떨어졌을 때마다, 감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서 적어 보았다.
고작, 도로주행에 떨어진 것만으로도(다음에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불안, 분노, 걱정, 실망 등 다양한 감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사람을 만날 때는
뭐랄까 무덤덤하다고 할까...
물론 친한 사람과 만나니까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실제로 매일 운전을 하다보면 아무런 감정이 안 생기는 것처럼...
하지만 도로주행 시험 따위의, 정해진 규칙을 얼마나
정해진 그대로 실행하느냐 하는 평가에 감정을 그토록 허비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하고, 표정을 보고, 시간을 기억하는
그런 자유로운 만남 속에서 오히려 무덤덤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자칫 탈락되고, 밀려나고,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감정이 활발해지는 면이 분명히 있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더 실수를 하고, 안 하던 실수를 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래서 사람이 쉽게 불행해지거나, 행복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딱히 어떤 피해나 손해를 주지 않는, 그저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도
감정이 좀 더, 살아있다는 듯 난리를 쳐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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