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동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전 면허를 딴다는 것은 연애와 비슷하군, 하는 생각.
연애를 해본 사람일수록 새로운 연애를 더 능숙하게 하는 것처럼
운전을 많이 해본 사람일수록 면허를 따기 쉬운 것도 비슷하고.
또 누구는 아주 어렵게 여자친구를 만들지만,
외모가 출중하든가 여자 꼬시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너무나 쉽게 여자친구를 만들듯이,
어떤 아저씨는 18번이나 면허시험에 떨어졌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한 번에 쉽게 붙었다고 하고.
그렇다면 면허를 따는 데에도, 너무 간절히 원하면 안 되겠구나.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면 항상 잘 안 되곤 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처럼,
면허를 따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싫은 척 해야겠구나.
예전 대학교 수업시간에
각자 연애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모두 저마다 진지하게
그래 내가 연애에 대한 분명하며 감동적인 정의를 내리리라, 는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말했는데, 다들 그저 그렇고, 너무 감정적이기만 하고, 그저 그랬다.
다만, 한 친구가 너무도 담담히 이렇게 말했다.
“연애는 담배와 같아요.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요.”
나는 이 말에 패배감을 느꼈다.
왜 사람들이 연애에 상처를 받고, 어차피 몇 번이고 헤어지면서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자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슬퍼 보였다.
나는 이후로 두 세 번의 연애를 경험하면서
연애란 뭘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졸업을 앞둔 즈음해서 한 후배가
“형은 연애를 왜 해?” 라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연애하고 싶어서 괴로울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게 면허를 갖고 싶어하던 사람도, 막상 면허를 따고 나면
어느 순간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고
면허야 그냥 있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다른 몰두할 것을 찾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애 하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연애 함의 대단함, 기적적인 속성, 놀라움, 애절함, 감탄을 다 잊어버리고
그건 당연한 건데 뭐, 하는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면허 정지를 당하면
다급하게, 알코올 중독자의 안절부절 함으로
경찰서와 면허시험장을 왔다 갔다 하며 수염 난 얼굴로
잠을 설칠 것이다.
이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과오, 실수.
나는 면허를 갖고 싶어서 안절부절 한다.
내일이 4번 째 시험이다.
아마 또 떨어지겠지 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면허를 따고 금새 몇 년이 흐르고, 그러면
이런 감정을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면허증에 박힌 사진 속 얼굴만이 기억하고 있으려나.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PS.
사랑에는 운전면허와 달리 실수나 과오가 없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더욱 더 연애와 면허를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면허는 시험이다.
연애는 시험이 아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고 사람을 사귀는 것이 점점 시험을 보듯이 되어 간다.
1. 누군가가 누군가를 원한다.
2. 누군가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쓴다.
3. 누군가가 누군가를 평가한다.
4. 평가 기준에 통과하면 사귀어 준다.
예전에는 결혼에만 이런 시험 같은 게 있었는데,
직장, 학벌, 혼수, 집안 등등,
요즘은 연애 할 때도 이런 것들이 많이 끼어드는 것 같다.
몸매, 얼굴, 학교, 직장, 수입, 성격, 전망(?)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연애냐, 라고 해도
그야 나도 모르지.
나는 무면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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