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 째 도로주행 시험 종료

오늘 오전 10시 40분에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았어요.

 

짝짝짝.

나에게 박수를 보냈지요.

 

운전 면허증에 박힌 내 증명사진을 보고 있으니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입니다.

주민등록증을 꺼내 비교해 보니,

주민등록증 속, 23살의(군 제대 후 새로 발급 받았다) 나는

표독스럽게 인상을 쓰고 있었어요.

 

많이 온화해지고, 많이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사춘기 때는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물론 실행할 각오나 용기는 없었을 테지만

빨리 죽기를 바란 것은 사실이지요.

그땐 분노가 참 많았어요.

 

그러나 한 편으론, 죽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겁내고 있어요.

 

죽는 게 너무 무서운 이유 중에 하나는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것도 같아요.

어렵게 구한 자식일수록 애착이 간다던가요?

누구라도 아무 고민 없이 쉽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오히려 죽는 게 안 무서울 지도 모르죠.

 

면허 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면허 하나 따기도 이렇게 고역이군.

이렇게 애써서 학교도 졸업하고,

애써서 취업하고, 애써서 면허 따고, 애써서 집 장만하고, 애써서 결혼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아까워서 못 죽겠다고요.

 

나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노도 수그러들었죠.

 

오늘 면허를 따고 나니까

그 동안 가슴 졸인 것이 거짓말 같아요.

그러니 분명 오늘의 기분을 다 잊어버리겠죠.

 

그래서 편지를 써요.

미래에 내가 타고 다닐 나의 차에게.

 

당신을 운전하고 있는 이 사람은

면허증을 쥐고 아이스모카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가끔 하는 사람.

 

한 때는 세계 유명인들의 유언을 수집한 적이 있어요.

프리다(맥시코 여자 화가)는

나의 마지막 외출이 즐겁기를 그리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이라고 했고, 어느 여자 영화배우는

일요일에 죽어 기쁘다고 했지요.

 

나도 가끔은 금요일에 죽었으면 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치거나 죽도록 해선 안 돼요.

 

나는 처음엔 오토바이를 사게 될 거예요.

돈에 맞춰 크지 않고, 유명하지 않은 오토바이를 사게 되겠죠.

하지만 당신이 유명하지 않고, 비싼 것이 아니고, 명품이거나 화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는 부끄러워하거나 얕보지 않겠어요.

 

나는 면허시험을 3번이나 떨어진 서툰 드라이버인데다,

당신은 분명 나와 잘 통할 테니까요.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내게 말하도록 해요.

그곳까지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몰아드리죠.

 

부릉부릉

금요일이 달려가네요.

 

오늘을 기억했으면... 그리고 필요할 때 생각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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