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연못가에 돌 하나를 갖다 놓았다

다 썩은 짚가리같이 어둡기도 하고

퇴적되어 생긴 오묘한 결과 틈이

꼭 하느님이 자시다 만 시루떡 같은

충주댐 수몰지역에서 나왔다는 돌,

어느 농가 두엄더미에 무심히 서 있다가

몇 십 년 만에 수석쟁이의 눈에 띄어

수석가게 뜰에서 설한풍 견디던 돌,

이끼와 바위솔이 재재재재 자라고

나무뿌리도 켜켜이 엉켜있다

화산과 지진이 지구를 뒤덮고 난 후

태고의 적막을 가르며 달려온 돌,

비 오면 비에 젖고 눈 오면 눈을 맞는

저 아무렇지도 않은 껌껌한 돌을

고즈넉이 바라보는 일은 쏠솔하기만 한데

물을 주면 금세 파랗게 살아나는 이끼!

검버섯 많은 내 몸에도

무심결에 파란 이끼나 돋아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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