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아침 출근길 강남역 7번 출구를 빠져나오며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꼈다.
영수증을 정리하다 보니
지난 주말과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때 내가
얼마나 분주하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쓰고
무언가를 먹거나 어딘가로 가기 위해 애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혹시라도 내가 저 행복한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지 못할까 봐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크리스마스라서 행복한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니까 꼭 행복해져야 되니까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모임 중 가장 좋은 모임이 무엇일까 추측하고
혹은 몇 개의 만남을 스케줄로 엮고
예약을 하고 데이트를 하고
더 좋은 장소와 더 좋은 이벤트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엄연히 크리스마스에도 경쟁은 존재한다.
남들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혹은
적어도 남들만큼은 행복해 보이려고, 사람들 많은 곳을 향해
꾸역꾸역 몰려간다.
시내 중심지, 사람들 북적이지 않는 곳, 다시 말해
네온 싸인이 별로 없고 캐롤도 작게 들리는 곳에서는
혹시라도 이곳은 별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일까 봐
꾸역꾸역 신촌, 강남, 압구정, 명동 등을 향해 몰려간다.
대체 이 피로감이란… 진정 이상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