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초판 1쇄)
“어둠의 속도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어.” 내가 시선을 떨어뜨리며 말한다. 말을 하면, 잠깐이라도 다들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어둠이란 빛이 없는 공간일 뿐이야.” 에릭이 말한다.
“만약 누가 중력이 1 이상인 세상에서 피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린다가 묻는다.
“몰라.” 데일이 걱정스런 말투로 대답한다.
“무지(無知)의 속도야.” 린다가 말한다.
내가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이해한다. “무지는 지(知)보다 빨리 확산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루, 안녕. 캠, 안녕.” 캐머린의 몸이 굳는다. 그느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마치 다리가 잘려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 리에게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러나 조 리는 금방 잊어버리는데, 무척 많은 시간을 정상인들과 보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대신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오직 나를 대표해서만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
“행복은 정상 이하의 중력에 있는 것 같아.” 내가 말한다.
“돕고 싶어요.” 그가 말한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하는 것은 같지 않다던…… 노력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같지 않다던 부모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왜 그는 대신 “돕겠어요”라고 하지 않을까?
에미가 내 이름을 부르자, 팔을 찰싹 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
빛들은 별만큼 오래지 않다.
수조 수억 킬로미터를 지나는 길에 바래고 부드러워진 빛이 아니지만-광속으로 일 초의 만 분의 일보다 짧은 거리에 있는 프로젝터에서 나온 빛이다-그래도 나는 좋아한다.
누군가 붙인 껌이나 사탕이 세제로 다 지워지지 않았다. 일단 눈치 채고 나면, 눈치 채지 않은 척할 수가 없다.
어머니와 테일러 부인이 그에 대해 논쟁하곤 했다. 얼굴을 반짝이며 서로를 긁는 칼 같은 목소리를 냈다.
나는 마저리가 뒤에 있음을 안다. 이 앎이 햇살을 받은 듯 등을 따뜻하게 덥힌다.
내가 처음에 주 신분증을 만들러 갔을 때, 양식에 눈 색을 쓰는 칸이 있었다. 나는 내 눈에 있는 모든 색을 다 써 넣으려고 했지만, 칸이 충분치 않았다. 직원이 내게 ‘갈색’이라고만 쓰라고 했다. 나는 ‘갈색’ 이라고 썼지만, 내 눈에는 갈색만 있지 않다. 그것은 그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눈을 정말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색일 뿐이다.
성적 결합에 대한 선생님의 묘사를 들으며, 나는 플라스틱 인형처럼 내 저 아래쪽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이것을 저것 안에 집어넣어야 한다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신체 부위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불쾌하다. 따끔하면서 아프다. 따끔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크렌쇼가 시뻘개진다. “자네들은 좋지 않아.” 목소리가 크고 거칠어진다. “그리고 정상도 아니지. 자폐인들이고, 장애인들이야. 특별채용으로 고용된-.”
“’정상’ 작동은 세탁기나 하는 거죠.” 츄이와 린다가 동시에 말하고, 씩 웃는다.
“어둠은 빛이 없는 곳이죠.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이요.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 – 항상 먼저 있으니까요.”
“혹은 어둠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지도 모르지. 먼저 그 자리에 있으니까. 운동이 아니라 장소로.”
“비유적으로 보아, 빛을 앎으로, 어둠을 무지로 보면, 확실히 어둠이 – 무지가 실제로 존재한다 싶을 때도 있지. 그저 앎이 없는 상태보다 더 실체적이고 드센 무언가가 말일세. 일종의 무지에 대한 의지 같은 것이야. 그걸로 몇몇 정치인들을 설명할 수도 있겠군.”
나는 버들가지의 얽힌 패턴을 좋아하고, 버들가지wicker라는 단어도 좋아한다. 가지가 wih 발음처럼 위쪽으로 돌아 올라가고, 가지가 둘러진 막대처럼 날카로운 k가 이어지고, 가지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굽어 들어가듯이 부드러운 er 소리가 난다.
“…… 아무도 너보다 더 잘할 수 없는 것은, 네가 너 자신으로 있는 일이야.”
“본래, 생리적인 기능을 제외하자면, 인간의 뇌는 패턴을 분석하고 형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에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실제로 믿지 않고 지원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패턴입니다. 만약 제가 – 우리가 – 못한다면, 그들은 더 이해할 겁니다. 잘하면서 지원을 받는다는 조합이 그들을 화나게 하는 겁니다. 저는 너무 정상입니다-.”
부모님이 내게, 이 행성에 사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별들은 희미해지지도 다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빛나리라고 말했을 때와 꼭 같다. 나는 내 주위에서는 산산조각난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규칙이 존재하고 있음이 좋다.
샤워를 마치고 이를 닦은 후 세숫대야를 씻는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내 얼굴처럼 보인다 – 내가 가장 잘 아는 얼굴이다.
한번은 어머니에게 잘 때는 눈을 감고 있는데 꿈에서 어떻게 빛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왜 꿈은 모두 깜깜하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어머니는 알지 못했다. 책은 내게 뇌 내 시각 처리 과정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려 주었지만,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이유가 궁금하다. 어째서 어둠 속에서도 꿈은 빛으로 가득할 수 있는지 틀림없이 다른 누군가도 물은 적이 있을 것이다. 뇌가 이미지를 생성한다지만, 대체 이미지 속의 빛은 어디에서 올까?
조금 전의 화난 사람이 정상적인 성격 – 평소 성격 – 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마치 과포화 용액에서 결정이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 볼 때와 같다.
“알아. 어렵지. 어른들은 유치원생들처럼 솔직하지 않아서, 그 때문에 문제를 많이 일으키지.”
나는 소리를 어둠에 입혀진 색깔로 듣는다. 마저리는 소리를 빛 위에 악보처럼 그려진 어두운 선들로 듣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생각을 빛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어둠으로 묘사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겨루는 동안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마저리가 나보다 빨리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렇다면, 만약 마저리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생각 않음’으로 그녀가 더 빨라졌던 걸까? 그 어둠이 내 ‘생각 없음’의 빛보다 더 빠른 걸까?
한 작가는, 별빛은 온 우주에 퍼진다고 했다. 만물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나는 죽음 뒤에 무엇이 오는지 알지 못한다. 성서에는 여기에는 이렇게, 저기에는 저렇게 씌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은 모두 구원받아 천국에 가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어떤 사람들은 천국에 가려면 선택받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사후가 우리가 묘사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상상하지 않는다.
이 교회의 또 다른 좋은 점이다. 그곳에 있지만, 늘 잡아끌지 않는다. 학창 시절, 한동안 모두들 늘 서로의 삶에 끼어들고 싶어 하는 교회에 다녔었다. 감기에 걸려 예배에 나가지 않으면, 왜 안 왔는지 알아내려는 전화가 왔다. 그들은 걱정하고 염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나는 숨이 막혔다. 그들은 내가 차갑다고, 불 같은 영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저는 하나님이 부여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이건 사고였다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태어나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만약 하나님이 부여하셨다면, 바꾸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요?”
목사님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허나 모두들, 늘 제가 가능한 한 많이 바뀌기를, 할 수 있는 한 정상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만약 사람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그들이 저의 한계가 – 자폐증이 –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믿지 않는 셈입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 부분입니다. 어느 쪽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우리가 원하도록 되어 있는 바가 곧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라 생각한다네. 어려운 점은, 대체로 우리는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모른다는 것이지.”
“목사님은 아시잖아요.”
“일부분을 알 뿐이네…… ”
삶은 변화구를 던진단다. 그래도 그 공을 잡는 게 네 역할이지.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는 1초에 299,792킬로미터야.”
“변화를 두려워하면, 변화가 그대를 파괴할 것이니, 변화를 끌어안으면, 변화가 그대를 성장시킬 것이라.”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나무들은 내가 정상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는다. 바위와 이끼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편안하다. 나 자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무지(無知)는 지(知)보다 먼저 도착한다. 미래는 현재보다 먼저 도착한다.
빛은 낮이다. 어둠은 밤이다. 낮은 이제 일어나요 일어날 시간 이에요이다. 어둠은 누워요 조용해 해요 자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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