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646호
편집장이 독자에게
황윤 다큐의 불편한 진실
분명한 것은 내가 피한다고 현실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두편의 다큐가 일깨우는 불편한 진실은 오히려 그런 외면 때문에 여태 그대로일 것이다.
가장 손쉽게 포획하기 위해 어미를 먼저 죽인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실용적인 생각이었다.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길이라며 인간도 가축 몰 듯 쫓아내는 나라에서 동물을 염려하며 길을 뚫었을 리 만무하다. 개발의 한길로 매진한 지난 역사가 저지른 만행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이제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가 들어섰으니 더욱이 동물보호 같은 작은 권리가 목소리를 높일 여지는 없어 보인다. 정말 대운하 공사라도 시작하면 인간은 그렇다치고 야생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해외 뉴스
진짜 혐오스러운 건 검열 아닐까
당초 “시스템이 두려워서 영화를 잘라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던 아핏차퐁 감독은 결국 영화의 개봉을 위해 삭제를 감수할 것이며, 15분에 이르는 삭제장면을 검은 화면으로 상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가 관료들에 의해 눈이 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훼손된 <징후와 세기>는 그 자체로 타이의 역사적인 상황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기자 클럽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움의 정신이 엿보이는 신작 <비 카인드 리와인드>를 연출한 미셸 공드리 감독
그 이후 지금가지도 공드리는 여전히 창의성 넘치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비욕과의 공동작업 말고도 그는 롤링 스톤스, 카일리 미노그, 다프트 펑크, 폴 매카트니, 화이트 스트라입스 등 수많은 가수들의 비디오 클립을 만들었다. 공드리는 가수들을 절대로 영웅화시키지 않는 데 유의한다고 내게 누누이 강조한다.
기획1 다큐작가 황윤
안 들리세요? 야생동물의 신음소리가
“곰은 미쳐서 고개를 흔드는데 사람들은 춤을 춘다고 좋아했어요.” 7년 전 황윤 감독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마주한 광경은 2008년 3월인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참수리, 저어새, 수리부엉이, 독수리, 수달, 산양 등. 한국에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던 야생동물들은 버젓이 이 땅에 살고 있었고, 하루에도 수십 마리가 넘게 다쳐서 구조센터로 실려왔다. “학교를 20년 넘게 다녔는데 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나 역시 왜 궁금해하지 않았는지 화도 나고 부끄럽고 미안한 심정이었어요.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야생동물이 주변에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요?”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괴물>이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미국 관객의 반응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매우 좋다고 했지만, 다른 어떤 이들은 불쾌감을 표시했는데, 그 이유가 흥미로웠다. 그토록 똑똑하게 처신한 어린 소녀를 기어이 죽여버리다니 대중영화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었다. 똑똑하게 처신했는데도 죽은 사람 – 이 말에는 <추격자>의 그녀도 포함될 듯 싶다.
구한말의 ‘의병 학살극’인 일제의 남한 대토벌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해방 이후 한국인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보았다. 어찌나 학살을 당했는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학살에 무감각해질 정도였다.
죽고 사는 건 애초에 운수에 달린 것이지 똑똑함이나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만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그때 최선의 행동을 한 이들이라도 재수가 없으면 죽었다. ‘그토록 똑똑하게 처신한 어린 소녀’가 죽는 것이, 한국인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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