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이름이 없다(위화 단편소설집), 위화, 푸른숲, 2007(2판 1쇄)
아스팔트 길은 파도 위에 만들어놓은 것처럼 끊임없이 굽이치고 있었다. 나는 한 조각 나룻배처럼 산골 도로를 걷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네가 가서 보렴.”
“어디로 가세요?”
“가봐야 알겠지.”
돌아와 보니 내 수건이 없어진 것이다. 가난한 어머니는 한바탕 욕설을 쏟아냈고, 마찬가지로 가난한 아버지는 따귀를 두 대 때렸다.
그는 글짓기를 하듯이 진지하게 먹었다. 머리를 숙인 채.
십오 년 전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는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아이는 전혀 사람 같지 않았다. 오히려 백화점에서 사온 장난감과 흡사했다. 아이는 늘 침대에서 꼼지락거렸다.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인 셈이다. 앞으로는 아들을 돌보는 데 바쳐야 한다.
내 일생일대의 실수는 결혼 전날 밤까지도 그녀가 평생을 이렇게 내 앞에서 허둥댈 거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실은 우리 두 사람 모두 영원히 과거 속에서 살게 될 것이네. 현재와 미래는 과거가 농락하는 술책에 불과한 것이라네.”
오랜 방랑으로 피로가 쌓였던 탓인지 완하이쿼는 자신의 몸이 마치 왁자지껄한 사람들 속에서 휘적거리는 옷가지처럼 생각되었다.
완하이쿼는 우물가에 놓인 두레박을 들어 그 안에 있던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물은 화살에 놀란 새들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연지 바른 여인은 이 말을 듣고 생긋 웃더니 화초밭에서 나와 초가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그림자를 끌고 흘러가는 물줄기처럼 보였다.
“너희 엄마, 아빠는 왜 매일 문을 잠가버려? 널 밖에 내놓고서.”
“내가 불장난하다 집을 태워버릴까 봐.”
이번엔 천레이가 물었다.
“너희 엄마, 아빠는 왜 널 집 안에 가둬두고 문을 잠가버려?”
“물가에서 놀다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말투는 주방에 놓인 그릇처럼 여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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