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652호
오마이이슈
멀리 여행을 다녀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꼬마와 그의 엄마를 만났다. 핀을 제대로 꽂지 않았다고 자외선 차단 크림을 얌전히 바르지 않았다고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닌다고 애는 죽도록 엄마한테 갈굼당했다. 전형적인 대리만족형, 스트레스 해소용 양육태도였다. 엄마가 개가하거나 천선하지 않는 한 크면서는 학원으로 뺑뺑이 돌며 ‘엄마가 보고 있다’는 표어를 잣대로 한 시절을 나지 않을까 싶었다.
… 돌아와보니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2006년 1학기부터 적어도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성폭행, 유사성행위, 성적 괴롭힘 등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했단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해 11월 교실에서 아이들이 성행위 흉내를 내는 것을 본 담임교사가 교장에게 보고하고 교육청에 문의했는데도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학교와 교육청의 높은 분들은 진급과 승진에 영향을 끼칠 이런 일이 부디 내 임기 동안 일어나지 않길… 바란 게 아니라, 알려지지 않길 바랐던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소유한 빌딩의 노래바(방?)에서 도우미 서비스와 2차 접대가 횡행하고, 집권여당의 공식행사장에서 “남자가 좋아하는 직업은 엘리베이터걸, 간호사, 골프장 캐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연사의 발언이 등장한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제정신이길 바라는 것 자체가 음란한 생각이다.
… 있는 집 아이들은 감시로 학대 당하고 없는 집 자식들은 방치로 학대당한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물론 한국인들의 안전불감증은 일상화되어 잇고 그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평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이 경우 해야 할 말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안전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해보자’가 되어야지 ‘너희들은 원래 안전을 신경쓰지 않던 민족인데 광우병이 무슨 대수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 냉소주의자들의 말대로 정말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심대하게 과장되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왜 그 심대한 과장의 베일을 우리가 애써 벗겨줘야 하는가. 그 과장된 공포의 내용을 미국쪽에 들이밀고, 쇠고기 수입 제한을 푸는 대가로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 ‘국익’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인 자세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얻어낸 것이라고는 한-미 관계에 대한 추상적인 합의와 한-미 FTA 의회 비준에 대한 막연한 동의 정도밖에 없다. 그 동의가 얼마나 효력을 가질지도 미지수지만, 나처럼 한-미 FTA자체가 ‘국익’에 어긋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이 협상이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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