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시들지 않을 그곳
난 당신의 샅(사타구니)을 사랑한다. 그곳은 당신의 몸에서 바닷가의 햇빛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조개 빛깔을 간직한 곳이다. 그곳은 소금 맛을 띠고 하얀 목소리의 매력을 가지며 눈(雪)의 음역을 지녔다. 이 미지근한 눈(雪)은 내 위에 얹은 당신의 다리 위치에 따라 움츠러들며 주름으로 변한다. 당신의 샅을 관통하는 푸른 혈관은 내가 당신에게 해주는 행위에 따라 부풀어 오른다. 이 코발트 빛 길의 색과 크기에 따라 나는 당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간혹 나는 그곳을 할퀴고 깨물고 싶다. 당신의 몸에서 아무리 격렬하더라도 내 몸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곳은 그 아무데도 없다. 단, 눈 내린 듯한 이 삼각지대를 빼고는….
아마도 당신은 열 살 때 고약한 맹장 수술이 상처를 남긴 그곳(당신의 소중한 그곳의 대기실)을 하찮게 여길 거다. 하지만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내가 그곳을 사랑하는 이유는 두 가지 더 있다는 것을. 하나는 지난날 유혈의 장소였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날의 매끄러운 백색은 수없는 폭풍을 견뎌낸 한밤 사막의 사구보다도 더 비밀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나는 순결한 척하는(왜냐하면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곳이 절대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을 안다. 그곳은 내가 당신으로 하여금 견디게 하는 온갖 고문에 대해 함구할 것이다. 시간이 스며들지 못하는 그곳은 백 년이 지나도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자는 숲 속에서 돌 위에 함께 누운 우리가 깨어날 때 당신의 배 아래 있는 눈 덮인 작은 그곳,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절대 시들지 않는 우아함을 간직한 변함없는 눈으로 덮인 그곳 덕분에 모든 것과 그 이상의 것을 다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 3월 악트 쉬드(Acte Sud)사에서 출판한 Cecile Ladjali의 <Vies d’Emily Pearl(에밀리 펄의 인생)> 중에서.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스본행 야간열차 2 - 파스칼 메르시어 (0) | 2008.05.16 |
---|---|
리스본행 야간열차 1 - 파스칼 메르시어 (0) | 2008.05.15 |
씨네21 - 652호 (0) | 2008.05.15 |
페이퍼 150호 (0) | 2008.05.07 |
애지 - 33호(2008년 봄) (0) | 2008.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