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카피의 단조로움에 대해
바디카피는 지루하다,
라기 보다는 지루하게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의 ‘기술’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 기술이 다른 제품들과 달리 독특한 기술이라면 표현도 참신한 것이 나올 테지만,
기술 자체는 다른 것들과 비슷한데 다만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해야 하는 경우,
표현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프트웨어 등 IT기술의 경우
이 제품이 어떤 기술이 어떻게 좋은지를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전문적인 지식이 되어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결국 우리 기술의 뛰어남을 일반인들이 알아듣게 설명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수식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기술
첨단의 기술
가장 앞선 기술
혁신적인 기술
놀라운 기술
뛰어난 기술
진보적인 기술
궁극의 기술
생각해봐야 10개가 안 된다.
이것을 온갖 종류의 제품과 브랜드에서 수없이 많은 광고에서 동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디카피를 마저 읽지 않아도 기술 좋다는 얘기구만 뭐, 라고 뻔히
짐작하게 되고 표현도 진부하게 느껴진다.
첨단의 앞선 기술을 말하고자 하면서도, 그에 대한 표현은 진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디카피의 한계를 느낀다. (헤드카피의 경우, 모든 걸 충실히 설명하려는 욕구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더 많다.)
그렇다고 바디카피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새롭거나 파격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면, 정보와 메시지를 알기 쉽게 정리 전달한다는 바디카피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내가 처음 광고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2006년.
여름시즌이 끝난 10월 초에 찾은 해수욕장처럼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되고
다녀갈 대로 다녀간
알려질 대로 알려진 해변에 서있는 것 같다.
이런 바디카피의 단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역시
읽는 사람, 즉 타겟과의 관계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글의 많은 종류 중에서 그 표현이 가장 자유분방한 것이
아마도 ‘시’일 것이다.(실제로는 매우 엄격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자유분방의 극치일 듯)
그게 가능한 것은 시의 독자가 소위 ‘고급독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문가들의 경기인 셈이다.
IT전문가와 IT전문가가 대화하듯이
엔지니어와 엔지니어가 대화하듯이
제품과 관련된 어느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독자의 지식수준이 높을 때
바디카피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만약 제품이 값싼 아이스크림이라면
그의 주 고객인 초등학생의 언어와 어휘와 사고와 눈높이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최고의, 가장 앞선, 최선의, 뛰어난, 더 좋은, 등의
진부한 수식을 탈출 할 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생 대상 광고의 메시지를 어른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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