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토요일 배
짐, 그리고 힘
짐이 가벼우면 여행이 즐겁다.
여행에서 짐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돈을 지니는 것이다.
혹은 욕심이라도 최대한 가볍게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여행지에서
그야말로 엄청나게 커다란 배낭을 매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무척 여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누가 훔쳐가려 해도 못 들고 갈 저 커다란 배낭을 매고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즐겁게 여행 할까?
저들은 돈이 그리 많지 않은 대신, 힘이 센 것이다.
내가 미처 몰랐던 방법.
힘 센 사람이 되는 것.
지금의 나로선 너무 먼 길이니, 차라리 돈이라도 버는 수밖에.
돌아오는 배에서
세계 여행을 하는 일본인을 만났다.
맥주 마시게 만 원을 천 엔으로 바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그가 사주었다.
어차피 다시 못 볼 사람이고
더이상 누굴 잊는다는 것이 끔찍하여
이름도 묻지 않았다.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그때 물어볼 생각이다.
그의 어깨에는 아기 사슴 밤비 문신이 있고,
그의 배낭 속에는 세계 지도가 있다.
그는 3~4년 계획으로 세계를 일주할 것이라 했다.
그는 지금 한국 어딘가에 있을 테고,
나도 지금 한국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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