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0807
야생
흰족제비같이 자신보다 큰 먹잇감을 잡아먹는 동물의 무는 힘이 가장 셌다.
장소 사진 찍는 법
촬영 비결 – 조지 스타인메츠
카메라를 신주 모시듯 하지 말고 그냥 장비로 생각하라. 폭풍우가 오는 날이라도 촬영을 하라. 사진이 카메라보다 더 중요하다.
날씨에 상관없이 모든 장소를 최대한 활용하라. 비가 오는 날은 짙은 색이 멋지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선입견을 버리고 ‘사실성’을 담아라. 사진에 담긴 장소가 말을 하게끔 하라. 인간에 의해 심하게 변경된 장소라도 나름대로 이야깃거리가 있다.
광각 렌즈를 사용하면 전체적인 풍경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이해하기 수비다. 망원 렌즈는 피사체를 고립시킬 수 있다.
촬영장비를 줄여라. 장비를 많이 가지고 다녀도 촬영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치적거려 방해가 된다.
터살이 : 선암사 야생차
다반사! 스님 있는 곳엔 늘 차가 있다
‘찻잎은 구름 한 점 없는 밤 하늘 아래서, 맑은 이슬을 흠뻑 버금은 것이 제일 좋다’고 했으니 이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파릇하니 윤기를 더한 햇순을 조심스레 따 모으는 스님들의 손길이 수련자처럼 경건하다. 햇순의 모양이 ‘참새 혀(작설)’ 같다느니 ‘창 한 자루에 깃발 두 개를 매단 것(일창이기)’ 같다느니 하는 말이 있더니 과연 바구니에 가득 담긴 어린 찻잎의 생김새가 꼭 그러하다.
야생 차나무는 뿌리가 아래로 곧게 내리는 직근성(直根性)이라 옮겨 심으면 죽기 때문에 차씨를 뿌려 재배해야 한다. 모종으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산야의 자갈밭이나 산마루턱에서도 잘 자라고 뿌리도 제 키보다 서너 배는 깊어 땅속에 있는 다양한 무기질을 흡수할 수 있다. 그렇게 자아 올린 영양분으로 광합성작용을 통해 서서히 잎을 틔운다.
한번 심으면 1000년을 간다는 게 차나무인데 선암사의 차나무들은 수령이 800년을 넘었다고 한다. 이곳 말고 절 들머리와 대승암 옆에서부터 송광사(松廣寺) 가는 산비탈에도 야생차밭이 퍼져 있다.
“… 차에는 따는 이와 만드는 이의 기운이 고스란히 들어가기 때문이죠. 주위에 잡냄새가 들어차지 않도록 철저히 막은 다음 찻잎의 물기가 빠지면 덖고 비비는 일을 시작합니다.” 차를 덖는 대호 스님의 손길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살청(殺靑: 푸름을 죽이다)’이라 불리는 찻잎 덖는 과정은 차의 빛깔과 향을 결정하며, ‘유념(柔捻: 부드러움을 붙잡다)’이라는 찻잎 비비는 과정은 진액을 표면부터 속까지 층층이 균일하게 하고 세포막을 파괴시켜 차를 우릴 때 각종 수용성 성분이 잘 우러나게 한다. 찻잎을 너무 세게 비비면 풋내가 나고 잘못 덖으면 탄내가 난다. 덖는 과정을 아홉 번까지 되풀이하기도 하는데 그쯤 되면 차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오롯이 담긴 의례물이 된다.
제대로 정성을 들여 만든 차를 마실 땐 물이 좋아야 한다. 물은 곧 ‘차의 몸’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차 부뚜막이 있는데 밥 짓는 부뚜막보다 높고 작게 만들어 아궁이에서 남은 불씨를 모아두었다가 숯을 더 넣어 언제든지 차를 끓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누가 비룽가 고릴라들을 죽였는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들 군대는 노스키부 주 주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급료를 거의 받지 못한 병사들은 ‘AK 신용카드’라는 별명이 붙은 AK-47 소총을 들이대며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대로 약탈을 일삼았다. 부녀자 수만 명이 겁탈당했고 심지어 다섯 살짜리 꼬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집단 강간도 서슴지 않았고 여성들은 번갈아가며 마을을 장악하는 군대들로부터 수난을 당했다. 무고한 주민들이 수없이 고문당하고 총살당했다. 견디다 못한 주민 80여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피난길에 올라 자기 나라에서 난민 아닌 난민으로 떠돌며 굶주림에 시달렸다.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콩고에선 맥주 한 상자면 청부살인도 해주거든요.”
볼리바아의 새로운 질서
3년 전, 볼리비아 차파레 주 중앙에 위치한 허름한 열대 소도시 비야투나리는 원주민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똑똑히 보여줬다. 폭우로 불어난 강물의 거센 물살에 다리들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일어나고,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던 그때, 취재진을 가득 태운 버스와 다른 차량 수십 대도 낙석으로 막힌 터널과 무너진 다리 사이에 갇혀버렸다. 물이 불어난 에스피리투산토 강에서 16km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다. 이런 난리 통에도 선거 유세를 듣고 구호 몇 번 외치겠다고 이곳까지 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은 바로 수천 명의 볼리비아 원주민 후손들이다. 이들은 원주민을 뜻하는 ‘푸에블로 인디헤나’나 ‘푸에블로 오리지나리오’로 자신들을 불러주길 바란다. 이들 원주민 다수가 불어난 시냇물을 건너가며 수킬로미터를 걸어 비야투나리의 변두리인 이곳까지 온 것이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발목까지 빠지는 찐득거리는 진흙길을 걷느라 신발과 샌들까지 잃어버렸지만 누구 하나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원주민의 자격요건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원주민이면 볼리비아인이기도 한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정체성이 우선인가? 새로운 볼리비아에서 갑자기 대두도니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은 최근 원주민 미인대회인 미스 촐리타에서 우승한 여성의 땋은 머리가 가짜라는 이유로 벌어진 논란만큼이나 자주 언급되고, 산타크루스에서 열리는 연례 군행렬 때 ‘위팔라’라는 원주민 국기를 포함시킬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군부와 원주민 단체들 사이에 오갔던 논쟁만큼이나 심각하다.
“통상 자신을 원주민이라고 일컬을 때 그건 뿌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의미하는지도 모르죠.”
중국의 쥬라기 공원
죽어가는 동물의 비명 소리가 공룡을 진흙 구덩이로 꾀었으리라. 어쩌면 살 썩는 냄새였을 수도 있다. 무엇에 이끌렸든, 함정에 빠져든 공룡은 이내 먹잇감 따위는 잊어버렸다. 녀석은 늪속에서 한참을 헛되이 버둥거렸지만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았다. 운이 다한 것을 깨닫고 서서히 운명을 받아들이며 쓰러져가던 녀석을 목격한 또 다른 공룡이 구덩이에 빠져들면서 죽음의 함정은 반복되었다. 그리고 1억 6000만 년의 세월이 흘러 진흙 늪은 암석으로 굳어 희생된 공룡들이 차곡차곡 쌓인 무덤이 되었다.
산이 불타고 있다
미 소방당국이 지난 100여 년 동안 불길이 약한 산불까지 모조리 진화한 결과 서부의 많은 숲들이 너무 울창해져 오히려 산불에 극도로 취약해져 버렸다.
소방관들은 토치램프와 맥주캔만 한 조명탄으로 몇 시간 동안 불을 지른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맞불을 놓으면 산불의 진로에 있는 ‘연료’를 제거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산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산불은 어떻게든 번져나간다. 더구나 맞불은 위험하다. 맞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비난을 받은 소방관도 많다.
산불은 풀과 나무를 연료 삼아 번진다. 풀과 나무가 뜨거워지면 탄소 등 가연성원소의 합성물을 방출하고, 이것은 산소와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를 내며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뜨겁게 달궈진 화재 현장의 공기는 상승하면서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불길이 번지게 된다. 아주 뜨거운 불은 자체적인 기후를 형성해 거세지면서 사람이 전력 질주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번진다.
미국은 지금까지 산불, 특히 소형 산불까지 모두 진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비처럼 산불도 필요한 것인 줄은 몰랐다. 벌목량의 감소와 강화된 산림 보존운동과 더불어 소방 캠페인 때문에 산불의 잠재적 연료가 되는 나무와 풀이 급증했다. 2005년 연구 보고서를 보면, 미 서부 전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애리조나 주의 산림 두 군데를 연구한 노던애리조나대학교 연구원들은 1800년대 말쯤엔 이곳에 1ha당 나무가 50그루 정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약 100년이 지난 지금은 동일 면적에 최대 1700그루의 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좋은’ 산불은 죽은 덤불을 제거하고 토양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등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우스다코타 주 커스터 주립공원의 폰데로사소나무는 약한 산불에 타죽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잘 자라기까지 한다. “나무들은 불에 반응해요.” 미 산림국 소속 프랭크 캐롤은 말한다. “장미가 가지치기와 비료에 반응하는 것처럼요.”
베렛의 부관인 저스틴 본도 베렛과 마찬가지로 이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많은 다른 소방관들처럼 모든 산불을 상대로 싸우려는 것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산불 활용’이라는 대안 전략을 지지한다. 이는 산불을 감지하더라도 일부는 타도록 그냥 내버려둠으로써 산불의 연료인 나무를 없애는 전략을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숲과 초원을 태워 사냥감들의 서식지와 개간지를 만들었다. 주기적인 산불이 많은 식물종에게 도움을 준다. 본은 폰데로사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가리킨다. 폰데로사소나무는 수피가 두껍고 질겨 심한 산불에도 웬만하면 살아남는다. 또 다른 소나무 품종은 번식하려면 산불이 필요하다. 솔방울이 끈적끈적한 송진에 쌓여 있어 열기가 송진을 녹여줘야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산불은 죽은 나무와 살아 있는 식물을 태워 흙에 영양분을 제공하기도 한다.
불안한 에덴동산
킹맨 환초는 이상적인 산호초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최후의 생태계 중 하나다. 미래를 위해 과거에서 보낸 그림엽서인 것이다.
취재후기
산불을 찍는 것이란?
본지 소속 사진기자인 마크 시슨은 여러 해 동안 개인적으로 산불을 찍어왔다. 정식 훈련을 받은 소방수인 시슨은 촬영을 위해 삼각대를 어디에 설치하는 게 안전한지, 그리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안다. “사실 카메라 파인더에 계속 눈을 붙이고 있는 것은 쉽지 않아요. 계속 고개를 돌려 주변에 불이 번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니까요.” 시슨은 말한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VoiLa - 65호 (0) | 2008.08.07 |
---|---|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0) | 2008.08.04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0) | 2008.07.30 |
차가운 피부 -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0) | 2008.07.29 |
숨겨진 우주(WARPED PASSAGES) - 리사 랜들 (0) | 2008.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