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 문학동네, 2008(14)

 

 

 

 

 

 

 

 

 

<화장>

 

 

 당신의 정맥은 먼 나라로 가는 도로처럼 보였습니다.

 

 

 

 

 

 

 

<항로표지>

 

 

 라고 말하면 밭에서 쟁기 끄는 그 소인가, 라는 소리가 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소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의 실체가 김철은 의아했다.

 

 

 

 

 

 

 

<언니의 폐경>

 

 

-         , 너 이 앙고라 입지 마.

-         왜 언니. 이게 어때서? 얼마나 포근한데……

-         앙고라는 털이 빠지잖아. 캐시미어는 털이 안 빠진다. 남자 옷에 털 붙여서 보내지 마.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대답할 수 없으므로 왜 헤어져야 하는지를 물을 수가 없었다.

 

 

 

 그이의 몸이 내 몸속에 가득 차서 출렁거리고 또 헤매고 겉돌 때도 그이는 늘 한쪽 다리로 선 새처럼 느껴졌다.

 

 

 

 

 

 

 

 

 

 

머나먼 속세(俗世)

 

 

 그 나무는 이 세상의 시간과 공간이 아닌 곳을 떠돌아다니다가 별 대수로울 것도 없는 잠시의 인연을 풀어헤치기 위해 이 산 속의 연못에 잠시 불시착해 있는 듯싶었다.

 

 

 

 

 

 

 

 

 

 

강산무진(江山無盡)

 

 

 숙직실 뒷마당에 널린 M1탄피를 몽당연필에 끼워서 글씨를 썼는데, 겨울이면 놋쇠가 차가워서 손이 시렸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 날 아침은 잠에서 깨어나도 의식은 멀리서 뭉그적거렸다. 마음이 너무 희미해서 불러들일 수가 없었다.

 

 

 

 노란 꽃은 이동하는 색깔이 아니라, 이미 먼 길을 지나와서 노란색으로 가득 차서 멈춰 선 색깔처럼 보였다.

 

 

 

 고등학교 이학년 수학여행 때 경주박물관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때 경주박물관은 번쩍이는 신라의 금은방 같은 느낌이었다.

 

 

 

 이혼하고 헤어진 아내를 아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는 일은 쑥스럽고 우습다. 전처(前妻)라는 말이 있어서 그 말에 거덜난 인연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전처와 남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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