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가즈키, 북폴리오, 2008(초판2)

 

 

 

 

 

 

 내일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잖아.

 주부는 우수에 찬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청년과 섹스를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고, 고급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고, 휴양지의 해변에서 아이처럼 들떠서 조잘거렸다.

 정말이지 거지발싸개 같은 영화였다. 영화를 만든 인간들도 거지발싸개고, 이런 영화를 칭찬하는 평론가들도 거지발싸개고, 칸인지 뭔지는 모르겠짐나 이런 영화에 상을 주는 세계야말로 멸망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재능이란 곧 힘이야. 그리고 힘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뽐내고 자랑하는 데 사용할지, 아니면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 사용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아까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자랑하는 쪽을 선택한 거지. 얘기할 거리도 별로 없으면서 자신의 힘은 보여주고 싶으니까, 결과적으로 마치 자위를 하듯 혼자 즐기기 위한 독선적인 작품이 되고 만 거지.

 

 

 

 그 영화 만든 인간들도 마찬가지야. 자기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관객들의 뺨을 일방적으로 때리면서 황홀경에 젖어 있는 꼴이지. 하지만 실은 그렇게 때리는 게 나쁘다는 것을 아니까, 자기 대신 등장인물에게 관객들은 알지 못하는 야릇한 말로 변명을 하게 하고, 괜히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거지. 그런 개똥 같은 힘으로 만든 영화를 또 개똥 같은 힘밖에 없는 인간들이, 자신들은 이해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칭찬하고 상을 주고 그러는 거야. 하기야 그런 개똥 같은 인간들이 유독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칭찬해 놓고는 자신이 어엿하게 누군가를 구원했다고 착각한다니까.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개똥 같은 영화를 줄줄이 만들어낼 수가 없지. 안 그러냐?

 

 

 

 날이 막 밝아오는 동쪽 하늘에 한층 더 빛나는 별이 하나 남아 있었다. 옛날에 내가 올려다보며 기도했던 별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 별이 금성이라는 것은 알지만, 기도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야기의 힘은 개똥 같은 현실이 강요하는 결말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지금 구도 야스오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입시 전쟁을 이미 치른 부모나 학원 선생이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장아찌는 냉장고 속.

 된장국은 냄비 속.

 엄마는 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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