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2008(개정판 62쇄)
하산은 태어날 때조차도 천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산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상처를 주지 않았다.
그는 항상 어떤 것이 흑이고 어떤 것이 백인지 결정했다.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되는 법이다.
장전된 무기를 들고 있을 때는 누구나 쉽게 똑똑해질 수 있는 법이야.
하산이 일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해변에서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다가 갑자기 밀려온 파도에 바다에 휩쓸려간 사람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냥 서 있었다.
만약 이것이 하산과 내가 보곤 했던 인도 영화라면, 이 부분에서 내가 맨발로 뛰쳐나가야 했다. 빗물을 튀기며 차를 쫓아 달려가면서 멈추라고 고함을 질러야 했다.
눈을 여러 번 깜박여봐도 소용이 없었다. 공기도 좋지 않았다. 너무 탁해서 거의 고체 같았다. 공기는 고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손을 내밀어서 공기를 산산조각 내서 내 숨통 속에 채우고 싶었다.
어느 달이었는지, 어느 해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그 기억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은 캡슐 속에 완벽하게 보관된 행복한 과거의 한 조각이었고 잿빛의 메마른 캔버스가 되어버린 우리 인생에 생생한 색채를 가해주는 붓질과 같았다.
내 시선이 우리 옷 가방으로 되돌아왔다. 그것을 보자 바바가 안쓰러워졌다. 그가 짓고 계획하고 싸우고 안달하고 꿈꾸었던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그의 삶의 최종적인 합계였다. 실망스러운 아들 하나와 옷 가방 두 개가 고작이었다.
카불에서는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서 그것을 신용카드로 썼다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산과 나는 나무 막대기를 들고 빵 만드는 사람을 찾아가곤 했다. 그러면 빵집 주인이 칼로 우리 막대기에 금을 하나 새겨주곤 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따뜻한 우유와 꿀이 생각났다.
햇볕이 녹인 쇠처럼 내리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고 매출도 높았다.
그는 복도에 설치된 필름 관찰대에 필름을 걸고, 경찰관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살인범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듯, 바바의 암 사진들을 연필 끝으로 가리켰다.
아침을 열쇠로 바꿔서 우물에 던져요.
천천히 가요, 내 사랑하는 달님, 천천히 가요.
아침 해에게 동쪽에서 뜨는 걸 잊게 해줘요.
천천히 가요, 내 사랑하는 달님, 천천히 가요.
남편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설사 남편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다 할지라도.
남자의 배관은 남자 마음하고 똑같아요. 단순하고 놀랄 만한 일이 극히 드물죠. 그런데 여자들은……. 글쎄요, 여자들을 만들 때는 하느님이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우리가 기르는 코커스패니얼에게 이란어로 ‘플라톤’을 의미하는 아플라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장군이었다. 개의 진한 검은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개가 틀림없이 슬기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내 문제는 항상 누군가가 내 대신 싸워주었던 것이라는 바바의 말이 떠올랐다.
그가 다른 두 아이들과 줄넘기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여주었다.
“저 아이 보이죠? 지난 겨울에 아이들이 담요를 같이 나눠 써야 했는데 저애 오빠는 담요 밖으로 몸이 나와서 그만 얼어죽었어요.”
어디선가 읽거나 누군가에게 들은 구절이 떠올랐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어린이들이 많지만 유녀기는 거의 없다.”
카불에서는 온수가 아버지들처럼 희귀한 존재였다.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소랍이 조용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조용함은 평화와 편온함을 의미한다. 조용함이란 삶에 대한 볼륨 스위치를 줄이는 것이다.
침묵은 버튼을 눌러서 삶을 완전히 꺼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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