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형, 2008(초판11쇄)
경제적 인간에 대해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쾌락과 고통의 번개 계산기’라고 말했다.
‘더 위대한 사람이란 자기 자신의 판단을 최대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 더 바보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 폴 발레리(Paul Valery) <발레리 선집>
미디어나 새로운 친구, 가족, 권력자 등에게서 초래된 정보와, 자신의 감정에 호소하는 일 등은 깊은 인상을 주어 기억에 남기 쉽고, 정보의 신뢰성으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교사들은 대체로 한 반에 성적이 좋은 학생에서 나쁜 학생까지 일정하게 분포돼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식이란 18세까지 몸에 익힌 편견의 컬렉션’이라고 말했는데, 편견(바이어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휴리스틱을 이용한 상식이다.
페리 메이슨, 에르큐르 포와르, 셜록 훔스 같은 이들이 명탐정으로 불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과 전혀 다른 프레임에 착안하여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일들을 재빨리 간파하기 때문이다. 남녀의 의식 차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연애소설의 주요 테마지만,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남녀의 프레임 차이에서 비롯된다. ‘나와 일 중 어떤 게 중요해?’, ‘그런 건 결정할 수 없어.’
인간은 확률을 수치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확실’(p=1), ‘불가능’(p=0), ‘가능성이 있다’(0<p<1)의 3개로 나누어 직감적으로 판단한다고 조너선 배런(Jonathan Bron)은 지적한다.
보유 효과의 존재를 실험을 통해 최초로 확인한 사람은 크네시(J. L. Knetsch)와 신덴(J. A. Sinden)이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를 반으로 나눠 각각 추첨권과 현금 2달러씩을 주고, 서로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양쪽 모두 자신들이 소유한 물건이 상대방 물건보다 좋다고 평가한 것이다.
현상 유지 바이어스는 현재 상태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관성’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성은 물리적인 세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세계에서도 작용한다.’(모신스키와 바빌레르).
사람들이 어떤 질문에 대답할 때,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사 결정은 질문이나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런 사실에 착안해 기대효용이론에 대한 반례로 문제 삼은 사람이 바로 카너먼과 트버스키다.
그들은 이와 같은 표현 방법을 판단이나 선택에 있어서의 ‘프레임’(frame)이라 부르고, 프레임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판단이나 선택이 변하는 것을 ‘프레이밍 효과’라 이름 붙였다.
이 같은 프레이밍 효과는 정책 판단에 대한 투표나 설문 조사를 할 때에도 쓰인다. 다음 예는 콰트론(G. A. Quattrone)과 트버스키가 만들었다.
질문4 / 정책 J가 채택되면 실업률은 10%, 인플레이션율은 12%가 된다. 정책 K가 채택되면 실업률은 5%, 인플레이션율은 17%로 바뀐다. 어느 정책을 희망할 것인가?
[J 36%, K 64%]
질문4’ / 정책 J가 채택되면 고용률은 90%, 인플레이션율은 12%가 된다. 정책 K가 채택되면 고용률은 95%, 인플레이션율은 17%로 바뀐다. 어느 정책을 희망할 것인가?
[J 54%, K 46%]
일본에서는 장기 기증 의사표시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성인의 약 10%), 미국도 마찬가지다(약 28%). EU에서는 장기 기증에 동의한 사람이 적은 나라(덴마크 4%, 독일 12%, 영국 17%, 네덜란드 28%)와 많은 나라(스웨덴 86%,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는 98% 이상)로 확실히 구분된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일본, 미국, 덴마크 등 동의자가 적은 나라에서는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기증자로 간주하지 않는 것에 반해 오스트리아처럼 동의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장기 기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기증 의사가 있다고 간주한다. 이 역시 초기 설정의 차이가 결과치가 크게 달라지는 원인이다.
존슨과 골드스타인은 초기 설정이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원인은 3가지라고 말한다. 우선, 공공 정책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초깃값은 정책 결정자(대부분은 정부)의 ‘권유’로 생각하여 좋을 것이라 여기고 받아들인다.
둘째로 의사 결정을 할 때는 시간이나 노동력이라는 비용이 들지만 초깃값을 받아들이면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기증은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식적인 의사 결정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초깃값이 아닌 방식의 선택 대안을 선택할 경우에는 신청 서류를 쓴다거나 발송할 필요가 있다면 그 비용은 의외로 크다.
셋째로 초깃값이란 현상을 말하며, 그것을 포기하는 일은 앞에서 서술했듯이 손실로 받아들여 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초깃값을 선택한다. 손실 회피성이 작동한 것이다.
세일러는 사람들이 금전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때는 다양한 요인이나 선택 대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좁은 프레임을 만든 다음 그 프레임에 끼워 넣어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세일러는 이 같은 프레임을 기업의 회계장부나 가정의 가계부에 비유하여 멘털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심적 회계, 심적 계산)이라 이름 지었다.
세일러는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지만 구두가 발에 잘 맞지 않아서 발이 아픈 구두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한다. 우선 몇 번인가 구두를 신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다. 이때 싼 구두보다는 비싼 구두를 샀을 때 더 많이 시도할 것이다. 끝내는 신발장에 넣어두겠지만 버리기는 쉽지 않다. 보관 기간은 값싼 구두보다 비싼 구두 쪽이 길다. 그리고 아무리 비싼 구두라도 마지막에는 버릴 결심을 한다. 구두 값에 대한 지불은 ‘상환된’ 것으로 간주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몰원가 효과는 점차 소멸해간다.
심판1: 본 대로 판정한다.
심판2: 있는 그대로 판정한다.
심판3: 내가 판정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각각의 발언을 가치나 선호로 바꿔 생각하면 가치나 선호의 성격이 다른 3가지 견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 가치는 존재한다. 체온처럼.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느낀 채 점점 바이어스를 동반하여 보고한다. – 심판1의 견해
2. 사람들은 가치나 선호를 구구단처럼 잘 알고 있다. – 심판2의 견해
3. 가치나 선호는 도출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 심판3의견해
그러나 6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손님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30%였지만, 24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손님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단 3%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 대안이 준비된 쪽에 매력을 느끼지만,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결국은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아이옌거는 이런 실험 결과를 정리하며, 선택자 입장에서는 개인이 파악 가능한 범의 내에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며,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종의 후회스러움 또는 실패할지 모른다는 감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문을 품은 슈워츠(Barry Schwartz)와 아이옌거는 대학 4년생의 구직 활동에 대해 조사했다. 결과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학생일수록 구직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슈워츠는 이와 같은 현상을 ‘선택의 패러독스’라 부른다. 현대인에게는 선택 대안이 많을수록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지고 충실도가 더 높아진다는 믿음이 있다. 이 발상은 자유주의 사상과도 연결되어 세상을 석권하고 있지만 이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에게 선택 대안이 많은 것이 행복도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다.
사람들의 선호는 항상 일정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을 ‘시간적 비정합성’이라 한다. 예를 들면 지난밤 잠자기 전에 ‘내일은 반드시
높은 건물 가까이에 낮은 건물이 있을 때, 멀리서 보면 진짜 높은 건물이 높게 보이지만, 낮은 건물 쪽으로 가까이 가면 낮은 건물이 높은 건물보다 더 높게 보이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로엔스턴과 아들러(D. Adler)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머그 컵을 보여준 후 그것을 가지게 되었다는 상상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 머그 컵을 가져도 되고 팔아도 좋은데, 팔 경우에는 얼마에 처분할지를 물었다. 팔아도 되겠다고 답변한 평균 금액은 3.73달러였다.
다음 단계로 머그 컵을 실제로 실험 참가자에게 주고, 팔아도 될 가격을 물었다. 평균액은 4.89달러로 상승했다. 불과 몇 분 전에 예측한 금액보다 훨씬 상승한 것이다.
이것은 소유 효과가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자기 수중에 들어오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소유 효과가 작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장래 효용이나 평가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도 역시 매개에 지나지 않다.
협력 관계는 방치해두면 붕괴해버리는 약한 관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공재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도입하면 협력 비율이 극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커밋먼트’ (commitment)는 사전적 용어로 표현하면 전력을 다하는 일이나 적극적인 관여를 의미하지만 경제학에서 사용될 때에는 그 의미가 훨씬 더 강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느낄’ 필요가 있다”고 다마지오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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