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민음사, 2008(1판13쇄)
엘리베이터는 한자리에 머물러 있고 건물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고층 빌딩이 있다면 얼마나 희한할까 가끔 생각해 본다.
“전 ‘보지(hair pie)’란 말도 못 써요…”
“생각해 보니까, 앞좌석은 아저씨 엄마의 질구(膣口)에 있고, 뒷좌석은 아저씨의 영묘(靈廟)에 있을 정도로 믿을 수 없을 만큼 긴 리무진을 만들 수도 있겠어요. 아저씨 평생만큼 긴 리무진 말이에요.”
그날 밤 침대에 누워 뉴욕의 모든 베개 밑에서 저수지로 이어지는 특수 배수구를 발명했다. 사람들이 울다가 지쳐 잠이 들 때마다 눈물이 전부 같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면, 아침마다 일기예보관이 눈물 저수지의 수위가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아름다운 노래가 널 슬프게 하니?” “진실이 아니니까요.” “정말?” “아름다우면서 진실한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 엄마는 미소를 지었지만 기쁠 때 웃는 웃음은 아니었다. “넌 꼭 아빠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정말로 근사한 건요, 그 여자가 죽은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그 코끼리의 식구들한테 들려줬을 때의 반응이었대요.” “어땠는데?” “코끼리들이 기억하고 있더래요.” “그래서 코끼리들이 어떡했다니?” “스피커로 다가가더래요.”
☞ - 오스카 셸 - ☜
발명가, 보석 디자이너, 보석세공사, 아마추어 역학자, 친프랑스주의자,
절대 채식주의자, 종이접기 작가, 평화주의자, 타악기 연주자, 아마추어
천문학자, 컴퓨터 컨설턴트, 아마추어 고고학자, 수집가: 희귀 동전, 자연
사한 나비, 소형 선인장, 비틀스 기념품, 준보석, 기타 물건 수집
집 전화: 비공개 / 핸드폰: 비공개
팩스 번호: 아직 팰시밀리 없음
아빠 말로는 할머니가 나를 싱크대에서 목욕시키셨고, 손톱깎이를 쓰길 겁내셔서 당신 이로 내 손톱 발톱을 다듬어주셨다고 했다.
우리가 찾아낸 물건들 중에는 내가 아기였을 때 썼던 낡은 무전기 두 개도 있었다. 엄마 아빠는 내가 울면 바로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두 개 중 하나를 아기 침대에 놓아두었다.
결혼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완벽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아파트 안의 몇 군데를 ‘무(無)의 공간’으로 지정하기 시작했어, 정해 둔 장소는 절대 쳐다보지 않기로 하고, 그 안에서는 잠시 존재하기를 멈출 수 있는, 아파트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하기로 했지, 첫 번째는 침실의 침대 발치께였단다. 우리는 양탄자 위에 빨간색 테이프로 구획을 표시했어. 서 있을 정도의 넓이밖에 안 됐지만, 사라지기엔 딱 좋은 장소였어. 우리는 그곳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대 그쪽을 보지 않았어, 꽤 효과가 좋아서 우리는 거실에도 무의 공간을 만들기로 했지, 필요할 것 같았거든, 거실에 있다가도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누구나 가끔씩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니, 이 공간은 약간 더 넓혀서 그 안에 드러누울 수도 있게 만들었어, 그 직사각형의 공간은 절대 쳐다보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단다, 그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 안에 있을 때는 그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어, 잠시 동안은 그것으로 충분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어느 날 오후 작은 침실의 소파에 앉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내가 존재의 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내가 어떻게 여기에 왔을까,” 나는 무에 둘러싸인 채 의아해했어, “어떻게 돌아간다지?”
나는 잃어버리고 싶은 것에만 집착한단다.
애나네 집안이 그중 제일 큰 부지를 소유했고, 어느 가을 오후 헛간 벽이 무너졌어 – “낙엽 한 장이 결정적이었어,” 애나 아버지가 한 농담이었지 – 그 이튿날 그는 책꽂이를 가져다가 벽을 새로 만들었어. 그래서 책 자체가 안과 밖을 분리하게 됐어. (새로 얹은 지붕은 책이 비에 젖지 않도록 보호해 줬지만, 겨울에는 책장들이 얼어붙었다가, 봄이 오면 한숨 같은 소리를 내쉬었단다.)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누구나 다른 이로부터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이 존재한다는 인식, 복도 벽장 속 구급상자에 넣어둔 손전등 속의 새 배터리처럼,
그녀의 웃음을 사랑해,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이라 해도,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많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노숙자와 백만장자가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말했다.
“안 믿어도 그만이지만,나도 한때는 이상주의자였단다.” 나는 ‘이상주의자’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뜻이야.” “그럼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난 어떤 질문들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단다.”
“귀신 들린 집이야” 나도 따라서 속삭였다. “초자연적인 현상 따위는 믿지 않아요.” “유령도 네가 믿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아.” 나는 무신론자였지만,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전 중요한 인물이고 싶어요.” “중요한 놈들 열에 아홉은 돈 아니면 전쟁하고 관련이 있어!”
“결혼 생활 내내 아내를 하찮은 존재처럼 취급했어! 집에는 전쟁 사이사이 잠깐만 들르고, 몇 달씩 혼자 놔뒀지! 전쟁이 끊이질 않았어!” “지난 3,500년간 문명화된 세계 전체를 통틀어 평화로웠던 기간은 230년에 불과했다는 거 아세요?” “그 230년이 언제였는지 말해 주면 네 말을 믿으마!”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사실이에요.” “그러면 네가 말하는 그 문명화된 세계라는 게 어디냐!”
“마지막 전쟁은 어떤 전쟁이었어요?” “저 나무를 벤 것이 내 마지막 전쟁이었단다!” 나는 그에게 누가 이겼느냐고 물었다. 그가 자랑스럽게 자기가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 멋진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도기가 이겼지! 늘 그런 식이야!”
지금 보니 드뷔시의 「가라앉은 사원(Sunken Cathedral)」이 생각나는구나! 지금까지 작곡된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지!
뒤집힌 주전자처럼 텅 비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돌처럼 묵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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