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 민음사, 2008(1판2쇄)
들판의 말라깽이 흑인들이 등을 직수그린 채 거미 같은 손가락으로 목화를 딴다.
승객들은 내성적이다. 그들은 시선을 가둔다.
네 목을 부러뜨리려던 건 아니었어.
알아요.
널 죽이려던 거였지.
불가에 둘러앉은 사람 중에는 두개골에 박힌 석탄 같은 눈으로 불을 응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흑인의 눈은 다듬어지지 않은 벌거벗은 밤에 나룻배가 정박지에서 나와 다음 정박지로 가는 물길처럼 깊었다.
아마도 주둥이가 회색일 고독한 늑대는 달에 매달린 꼭두각시인 양 울어대고 있으리라.
하느님의 목소리 그 비슷한 것도 안 들리던걸요.
목소리가 멈추면 평생 목소리를 들어 왔다는 걸 깨달을 거야.
입이 달린 거라면 뭐든 길들일 수 있어. 육포나 가져와.
신부는 교활이라는 예복을 입고, 모든 이가 경배하는 신의 부르심이라는 도구를 쓰지. 하지만 신부 역시 하느님을 모시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하느님으로 여긴다네.
탁 트인 사막에서의 총성은 단호하고도 무력했다.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빵의 공유가 아니라 적의 공유야.
판사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자네 존재를 들키지 않을 거라고 여태 믿고 있었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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