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693호
남우주연상 <밀크>의 숀 펜
200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숀 펜의 수상 소감을 정리하면 이렇다. “(영화 속 하비 밀크의 제스처와 목소리로 애교스럽게) 이 빨갱이에 호모 좋아하는 친구들 같으니라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동성결혼에 반대표를 던진 이들이 반성할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들이 그런 방식의 지지를 계속한다면 그들의 손자, 손녀의 눈에 크나큰 부끄러움으로 비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화제를 바꿔) 나는 격조있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기꺼이 선출한 이 나라, 용기있는 예술가들이 나오는 이 나라에 사는 것이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이렇게 맺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키 루크가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는 나의 형제입니다.”
2004년 숀 펜은 <미스틱 리버>로 같은 상을 받을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배우들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 외에 아는 것이 있다면 연기에 최고란 없다는 점입니다. 동료 후보들, 후보에 오르지 않은 닉 케이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명연이 그것을 입증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직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내 삶에 와주어서 고맙습니다.”
감독 구스 반 산트가 “하비 밀크를 연기할 수 있는 지구상 단 한 사람 숀 펜”이라고 말하는 건 주인공을 두고 늘 하는 상례의 말이라고 치더라도, 숀 펜은 확실히 어딘가 상투적인 표현을 뛰어넘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비 밀크가 되어 나타났다. “난 하비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 사람, 이 사람의 영혼과. 그건 배우라는 나의 의제를 초월하는 것이었다.”
“<아이 엠 샘>에서도 <인터프리터>에서도 <밀크>에서도 같은 진실은” 그러므로 거음걸이 그 자체가 아니라 매번 그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할리우드 배우 중에 대니얼 데이 루이스, 케빈 스페이시(밀크 역의 물망에 올랐었다), 존 말코비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정도만 그게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숀 펜이 바꾼 것은 걸음걸이뿐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손짓과 눈짓, 목의 젖힘, 눈썹의 치켜올림과 내림, 손을 내뻗는 길이, 반대 진영에 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꼿꼿이 서 있을 때의 자세와 풋내기 젊은이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다정다감하게 서 있을 때의 자세, 적을 안을 때와 친구를 안을 때의 느낌, 하늘로 두팔을 치켜올릴 때 바깥으로 휘어진 팔꿈치의 곡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말투와 시선의 자리. 그 모든 것이 숀 펜이 하비 밀크로 펼쳐내는 세세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다.
구스 반 산트가 숀 펜에게 시나리오를 보냈고
숀 펜은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답변을 보내왔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밀크의 실제 동료이자
이 영화의 고증에 도움을 준 클라이브 존스는 말한다.
“숀 펜이 주연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거실을 뛰어다녔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가 아닌가.”
잭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
그는 자신이 <왓치맨>
의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가 “누군가 원작을 훼손한 채 영화화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잭 스나이더는 십자가를 짊어졌다. 그리고 원전에 경의를 바치는 팬들의 신앙 간증서로서 영화 <왓치맨>을 만들었다. 이건 우리가 흔히 보아온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다크 나이트>처럼 슈퍼히어로물을 세련되고 현대적인 오락거리로 재창조한 작품도 아니다. <왓치맨>은 (데이비드 린치의 <듄>처럼) 할리우드가 아주 가끔 미친 척하고 내놓는 정신나간 블록버스터의 카테고리에 속하게 될 영화다. 모두가 놀라겠지만 모두가 좋아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앨런 무어는 결국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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