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느린걸음, 2005(1판 제1)

 

 

 

 

 

 부모 손을 꼭 잡고 가던 아이들도 고아들 앞에서는 슬그머니 손을 놓는다. 재난이 하루아침에 아이들을 성숙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랑만으로 뜨겁다면, 아무리 뜨거워도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한 사랑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아체인들의 추억이 깃든 그 해변 마을은 이제 상처 난 모스크 하나만 남은 폐허로 변했다. 850명 주민 중 115명만 살아남았다.

 

 

 

 무슨 말입니까?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면 낯선 환경에서 기가 꺾이고 외로움에 병들어 꿈이 없어집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 마을의 아이들입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잘 압니다. 내 자식 남의 자식 구분 없이 잘 키울 수 있습니다. 박선생님,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고아원으로 보냅니까?

 

 

 

 아체의 수도 반다아체는 손바닥만한 곳이다. 3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이 도시에 수만 명의 인도네시아 계엄군과 경찰과 민병대가 깔려 있다. 주민 인구보다 많은 총구들. 밤마다 누군가는 끌려가고 누군가는 총살되고 아이들은 울어댄다. 이런 곳에서 어떤 저항이 가능할 것인가?

 

 

 

 쓰나미로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이 집중적으로 희생됐다. 파도에 휩쓸릴 때 뭐라도 붙잡고 버텨야 살아남을 확률이 있는데 여자와 아이들은 그런 힘이 달렸기 때문이다. 젊은 총각들과 홀아비만 수두룩할 뿐 정말 여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처다부제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쓰나미 농담도 등장했다.

 

 

 

 물이 정말 차고 맑았다. 그래서 울렐르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른 마을 난민들도 그 물을 길어 가려고 몇 킬로미터씩이나 걸어왔다. 한 고아원에서는 아예 급수차를 몰고 와서 받아 가고 있었다. 지하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러다 금방 고갈되면 어쩌려고 차로 퍼 가게 하느냐고 했더니 울렐르 사람들의 대답은 역시 그들다웠다.

 저 사람들도 뜨거운 천막에서 목이 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고통을 우리가 압니다. 어려울 때 함께 나눠 마시다가 고갈되는 게 차라리 낫지요. 우리만 마시려고 아낀다면 우리의 영혼이 영원히 목탈 것입니다.

 

 

 

 아체의 우체부는 좋은 소식을 전할 일이 별로 없다. 늘 마을 골목길을 누비며 집집마다 방문해 고통스러운 소식만을 전하다 보니 버려져 있는 가난한 아이들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안다. 어느 날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우체부 가방에 하나씩, 둘씩 담아 집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늘어 고아원이 되어 버렸다. 현재 남자 고아가 36, 여자 고아가 34명이다.

 

이샤라Isyarah 15살의 여자아이다. 수학 선생이 되는 것이 꿈이란다. 왜 수학 선생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수학은 정직한 것입니다. 아체는 수학이 없는 사회입니다…”

 

 

 

 수하르토Sochartto를 가리켜 누군가는 박두환이라고 표현했다. 정희전두환을 합친 인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지상낙원의 섬 발리만 해도 인구의 10% 20여만 명이 살해당했다. 그것이 우리가 모르는 발리에서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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