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을 모셨지, 보후밀 흐라발, 문학동네, 2009(초판)

 

 

 

 

 

 

 

 바람을 아이스크림처럼, 보이지 않는 거품 낸 달걀흰자처럼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우유처럼 롤빵이나 다른 빵 한 조각에 곁들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계속 주장하길, 그녀가 질()과 잉크병을 혼동하고 있으며 그래서 원하는 사람 누구나 자신의 펜을 그녀의 잉크에 담글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다음 두 시간 동안 또 다른 작가를 씹었다.

 

 

 

 여기 호텔 티호타에서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노동은 고귀하다, 라는 주장이 다름 아닌 우리 호텔에서 예쁜 아가씨들을 무릎에 앉히고 밤새 마시고 먹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컵으로 한 잔 떠서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거의 매번 내가 이겼고 그때마다 승리의 감정이 사람에게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사람이 기가 죽어 있거나 남이 내 기를 꺾게 놔두면 인생은 내내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혼 전에 여자들에게 잡종 개처럼 다가갔을 때 얼마나 아름다웠던가를 생각했다.

 

 

 

 그렇게 이른 아침의 텅 빈 기차역에 서서 내 앞으로 걸어왔다가 멀어져가는 손님처럼 나 자신을 쳐다보았다.

 

 

 

 내가 아들을 아들로 보지 않고 손님으로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그 교수가 사람은 혼자 있어야 한다는 내 생각을 더 확인시켜준 것 같다. 밤마다 별을 보고 낮에 깊은 우물을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책을 만지기 전에 먼저 손부터 씻으러 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낮에는 마을로 가는 길을 찾고 저녁에는 글을 쓰며 다시 내 인생의 길을 찾아 내 과거를 덮고 있는 눈을 치울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글자의 도움으로 글을 쓰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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