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는 뇌, 이케가야 유지, 리더스북, 2009(초판 8쇄)
사실 스트레스에 익숙해지는 것도 기억의 작용이다. 환경 자체는 바뀌지 않았는데도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은 “현재의 환경을 스트레스로 느낄 필요가 없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리치먼드 박사는 기대와 정확도의 관계를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즉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여러 단계로 세분하고 각 단계마다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뇌 영역이 일반인에 비해 넓다. 일반인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뇌 영역이 넓기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이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기 때문에 뇌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왜 인간에게는 연애 감정이 존재하는 걸까? 어떤 면에서 연애는 인간을 맹목적으로 만드는 위험 인자다. 인간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위험 인자를 갖게 된 걸까? 별다른 목적 없이 우연히 생겼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이치에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결혼이 자손 번성을 위한 선택이라면, 인간은 동물적인 면에서 가능한 한 우수한 자손을 남겨야 한다. 지금 세계 인구는 60억이 넘는다. 남녀가 반반이라고 하면 30억 명 중에서 최우수 유전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이성을 살펴보기도 불가능할뿐더러, 거기에 시간을 소비하다가는 자칫 번식 적령기를 놓칠 수 있다.
그보다는 주변에서 재빨리 적당한 사람을 선택해 “나한테는 이 사람이 최고야.”하는 믿음을 갖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복측피개 영역이 사람을 맹목적으로 자기만족에 빠뜨려, 상대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자손을 번성하게 한다. 이것은 일종의 동물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두려워하면 실제로 스트레스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당당히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과 언제든 해소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어른이 되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도 일상적으로 자주 깜빡 잊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아이들은 건망증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들은 나이 탓이라며 의기소침해한다. 어쩌면 일부러 나이 탓으로 돌리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건망증은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말할 때 누가 옆에서 “아무개 씨잖아요!”라고 하면, “아, 맞아, 맞아.”하고 금방 이름을 떠올린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이름이 맞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답을 찾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 뇌 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이언스>의 논문에는 이와 관련된 뇌의 새로운 특성이 소개됐다. 새로운 현상에는 ‘선택맹(選擇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택맹이란 자신이 선택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슈퍼마켓에서 점원이 쇼핑 카트에 담긴 상품을 재빨리 바꿔도 손님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이것은 상대의 헤어스타일이 달라진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변화맹보다 더 강한 믿음이 작용한 결과다. 요컨대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이유를 찾아내 스스로 확신하고 싶어한다.
프랑스 철학자 조셉 주베르(Joseph Joubert)도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자는 진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힐 박사가 아테네 올림픽에서 열린 4가지 격투경기의 승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경기에서 빨간색 쪽의 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색의 승률이 55퍼센트로, 파란색보다 10퍼센트나 높았다. 실력이 팽팽한 선수끼리 치러진 시합만 선별해 비교했을 때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승률이 무려 20퍼센트까지 차이가 났다.
즉 생물은 본질적으로 게임을 즐기며, 그 결과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상 영역이나 도피질은 타인의 통증에 불안해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싱어 박사는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는 이 같은 신경을 ‘동정뉴런’이라고 명명했다.
동정뉴런은 고통을 받는 상대가 친족이나 연인 같은 가까운 사이일 때만 반응하고, 낯선 타인인 경우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싫어하거나 모르는 사람의 고통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과연 상대를 좋아하게 된 근거가 있을까?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내가 어디가 좋아?”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상냥하고 잘생겼고 키도 크니까, 라는 식의 이유를 들 수도 있다. “그럼 상냥하고 잘 생겼고 키도 크면 누구라도 좋은 거야?” 하고 되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물론 누구라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파고들면 결국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반면 한창 꿈꾸고 있을 때 갑자기 눈을 뜨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 수면 마비 현상도 있다. 흔히 가위 눌렸다고 하는데, 렘수면에서 갑자기 깨어나면서 의식 상태가 꿈의 연장선에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수면 마비 상태에서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환각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세타파는 기억 같은 뇌 기능과 관계가 있으며, 새로운 만남이나 모험 등을 통해 뇌가 외부 세계에 흥미를 느낄 때 나타난다. 또한 세타파의 리듬은 해마의 신경회로를 유연하게 만들고, 뇌를 감수성이 풍부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4년 11월에 위스콘신 대학에서 보고한 데이터에 따르면, 티베트 고승들은 명상으로 감마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앞서 소개한 논문에서는 기억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 2가지를 밝히고 있다. 첫째, 해마의 기능 자체는 나이가 들어도 쇠퇴하지 않고 젊은 사람과 동일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나이가 들면 세타파가 변한다.
앞서 말했듯 세타파는 지적 호기심 같은 흥미나 주의력과 관계가 있다. 세타파가 없으면 뇌의 외적인 기능이 저하된다. 결국 뇌 장치의 기능보다는 장치를 사용하는 측의 문제인 것이다.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최대 적은 타성에 빠지는 것이다. 타성에 젖으면 세타파가 나오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매사를 귀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 매너리즘을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모든 동물은 겨울에는 먹잇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뇌는 날씨가 추워지면 위기감을 느낀다. 머리가 차가워야 업무 효율이 상승한다는 것도 일리 있는 말이다.
생물에게는 공복도 위기 상황이다. 영양 섭취는 생명 유지와 직결된다. 미국 예일대학의 토머스 호바스(Thomas Horvath) 박사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2006년 3월호에 공복과 뇌의 관계를 결정짓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그렐린(ghrelin)이라는 생체물질에 주목했다. 그렐린은 위장이 비었을 때 방출되는 소화관 호르몬이다. 그렐린은 배가 고프면 혈관을 따라 위장에서 뇌로 전달되고 이후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증진시킨다. 배고 고프면 식욕이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호바스 박사는 학습에 필수적인 해마에도 그렐린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렐린을 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과식과 불필요한 간식을 감가는 게 좋다. 해마를 단련하려면 말 그대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
인간의 마음을 만드는 것도 분명 언어일 것이다.
사실 기억이 가장 불안정한 상태는 머릿속에 떠올리려고 할 때다. 그때 확실히 기억하지 못하면 모호하게 저장되거나 뇌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결국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늘 새롭고 신선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면 뇌는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률을 다양하게 바꿔봤더니 도파민뉴런은 확률이 50퍼센트일 때 가장 활동적이었다. 50퍼센트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상태, 즉 불확실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때 가장 큰 쾌락을 느낀다는 의미다. 뇌는 ‘불확실성’을 즐기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스포츠나 게임을 즐기는 이유도 승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추리소설도 미리 결말을 알면 재미가 없다. 어쩌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손바닥 보듯 뻔한 삶은 뇌를 망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야말로 뇌에게는 최고의 영양원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순진하고 착실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이런 타입일수록 플라세보 효과가 높다는 자료가 있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꼭 플라세보를 활용하지 않고도 마음속으로 “나는 괜찮다. 지금 하는 일은 스트레스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고통을 덜 느낀다.
우을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그 정도로 흔한 질병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걸릴 수 있다.
행운은 느긋하게 누워서 기다리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렇게 말했다. “담배를 끊는 건 쉬운 일이다. 나도 수백 번이나 끊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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