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카민스키, 다니엘 켈만, 들녘, 2009(초판 1쇄)
“비는 왔다가 가는 것이지요.” 보고비치가 말했다. “그게 비가 하는 일입니다.”
“As if training(트레이닝이라도 하는 것처럼).” 클루어가 말했다.
“다 잘되길 빌어, 세바스티안, 아마 너한테도 좋은 기회가 남아 있을 거야.”
“상담할 때 카민스키는 어떻습니까?”
“그건 모두 미리암이 맡고 있소. 열여섯 살 때부터. 미리암은 변호사와 아내를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더 낫지.”
“쵤너 씨, 모든 것이 이미 끝난 일이요! 사실상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오. 늙는다는 건 부조리한 일이요.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게 되지. 유령처럼.”
이번 커피는 맛과 향이 모두 진했다. 세 잔을 마시고 나자 심장이 제대로 뛰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당신 같은 사람이 끼어들다니. 기묘하고 불쾌한 일이야.”
“선생님은 명성을 바라셨고, 지금은 명성을 지니고 계십니다. 명성이 있다는 건 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죠.”
“착상이 참 흥미롭지.” 카민스키가 말했다. “그림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지…”
“그건 악마가 아니야!” 카민스키가 말했다. “자화상이지.”
“그게 모순일까요?” 칼 루드비히가 물었다.
“…… 명예욕이란 어린아이가 앓는 병 같은 거야. 그걸 이겨내면서 강해지는 거지.”
“실제 현실은 볼 때마다 변하지. 매 순간. 원근법이란 이 카오스를 평면에 가둬 놓기 위한 규칙들의 집합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네.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소.” 카민스키가 말했다. “그리는 게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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