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주지 못하는 사람
이곳 이집트에서는,
매 순간 바가지를 뒤집어 써도
가격은 한국과 같은 정도일 것이다.
또 여행이기에 돈이 많이 들 것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천 원 이천 원씩의
덤터기에 화가 나는 건,
속는데 익숙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속지 않는데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속지 않는 자신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임을 당한다는 것과,
누군가 자신을 속이려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세상에
누군가를 속이려 하는 사람과
속이려 하는 의도가 존재한다는 것조차도
견디기 힘들고 화가 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은
한 번도 누군가를 속이지 않았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지 않은 것처럼.
하하.
바하리야 오아시스, 시골 식당에서
40이집트파운드 짜리 저녁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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