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가는 게 일이다
오늘도 나와 접촉되지 않는 하루가
피복 씌워진 전선처럼 발가락 사이로 흐른다
하루가 뜨겁거나 쓰라리거나 진절머리 나거나 달콤하다는 말을
들을 때 나의 자세는
엎드려 피복 전선에 귀를 대고 있는 모습이다.
그저 전선 속에서 이리 저리 오가는 소통을 엿들으며
아, 그건 사실일까 저들이 과장하는 것일까
팝콘을 귀기울여 씹을 때 그것은 사실 아무런 맛도 아니다
하늘의 색이 그렇다 내 마음이 파랗다는 건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 마음 빠진 빈 공간을 보고
얘기하는 것인데 하늘의 색이 그렇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남자는 사실
그의 삶이 싫은 것이다 어쩐지 화장실에 있는 동안은
삶이 Off 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Off.
On.
Off.
On.
화장실을 몇 번 오가다 보면 하늘은 Off되고
하늘은 똥 싸러 가서 두 손 모아 당신이
오늘도 하루가 끝나가는구나 라고 생각하길 기도한다
끝나간다고 말할 때의 씁쓸함과 안도감에 혀를 대고
하늘은 히히거린다
정말이다
비행기를 타보면 안다
하늘은 히히거린다
가끔 피복 벗겨진 전선이 보일 때
진땀 흘리지 마라
그리고 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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