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을 죽이는 이유
아파서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건 죽기 전까진 무서운 일이다
대가 없이 개미들을 죽여준다는 건
세상에 대한 일종의 감사함이다.
눌려 죽은 개미들은 학식 있는 볼펜 똥 같다.
그러니까 때로는 대학교수나
안정된 직장으로서 교직을 원해온 교사들을
볼펜 똥으로 만들고 싶다
뭔가 하나라도 진심을 담아 가르쳐보라고
꾹꾹 눌러주고 싶은 충동은
세상 정의에 대한 일종의 봉사심이다
가나다라마바사 으앵으앵으애앵
글을 깨치고 읽어온 것들은 모두 아픈 것들이다
옳지만 병신 같아서 아프고
옳지 않지만 떳떳해서 아프고
그들이 살아있어서 아프고
그들이 쉽게 죽어버려서 아프다
손가락에 붙은 볼펜 똥들을
무덤가에 씨앗처럼 뿌리며
손가락바닥이 손바닥보다 훨씬 좁은데
이름은 더 긴 것이 못마땅하다
‘안정된’ ‘안정적인’ 그 결코 못 이룰 안정에 중독되어버린
사람들이 죽어가며 아프다
안정이 마취제 역할을 한다면
누군가는 깨우기도 해야 한다
나는 이제 이마로 개미를 눌러 죽이기 시작한다
일어나라 일어나
이마로 글씨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