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앞에서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보편적 감정
꾸욱 누르면 덜컹 떨어지는 외로움 앞에
고개 숙이는 사람들
다 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날들을
모르는 채 지나가는 동안
지문이 꾸욱 눌리며 비틀린 웃음 짓는다
고향을 알 수 없는 맛을
차표처럼 혀 위에 올려놓고
자판기 앞에 서면 언제나 길을 잃었다
자동으로 판매되는 차갑게 보존된 외로움 지나
갈 때 내 외로움을 거슬러 받는 기분이었다
자판기 앞에 자판기처럼 서서
누군가 나를 눌러
꽉 찬 외로움 가져가길, 뽑아가길
눈 감고 귀 기울이면 위잉 위잉
내 몸이 돌아가는 소리
내 몸이 기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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