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 가스통 바슐라르, 문학동네, 2002(초판발행)

 

 

 

 

 

 

 

 『성숙의 비밀들(Les Secrets de la Maturite)』이라는 책에서 한스 카로사는 인간은 다른 피조물의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상 유일의 피조물로 생각된다라고 쓰고 있다.

 

 

 

 가령, 앙리 미쇼Henri Michaux의 「마법」이 주는 조언들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러하다 : “나는 식탁 위에 사과를 하나 놓는다. 그리고는 그 사과 속으로 들어간다. 그 얼마나 고즈넉한지!”

 

 

 

 장 콕토Jean Cocteau, 『평가(平歌, Plain-Chant)』에서, 이 변증법적 상상력에 의거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잉크는 어느 백조의 푸른 피라네.

 

 

 

 트리스탕 차라는 물로 자신의 백색을 헹구는 백조를 묘사하고 나서, 곧이어 단지 겉은 희다라고 첨언한다.

 

 

 

 문득 램프를 켠 하나의 침실이 나와 대면한다. 내 안에서 그것을 촉지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이미 그 방의 한 구석이다.

 

 

 

 그는 『월든(Walden)』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 인생의 어떤 시점에, 우리는 모든 장소를 집을 지을 수 있는 입지로 보는 습관이 있다.”

 

 

 

 “… 나는 이 땅을 경작하지 않고 그대로 묵혀두었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더 부유하기 때문이다.

 

 

 

 다락방을 통해 집은 바람 속에 있다.(지오노, 『나의 기쁨 머물게 하소서Que ma Joie demeure).

 

 

 

 야네트 들레탕 타르디프Yanette Deletang-Tardif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깊숙이 틀어박힌 존재야말로 파장 발생기라 할 수 있다.”

 

 

 

 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밤은 정녕 야생 짐승이다.

 

 

 

 귀향, 곧 고향집으로 돌아감은, 그것을 역동화하는 모든 몽상 체계와 더불어 고전적 정신분석에 의해 모성으로의 복귀라는 특성을 부여받았다.

 

 

 

 시간 그 자체가 하나의 냉각이며, 차가운 물질의 흐름이다: “시간은 내 머리 위로 지나가며 외풍이 그러했을 것과 마찬가지로 배반스럽게도 나를 차갑게 식혔다.”

 

 

 

 미셸 레리스는 계속해서 말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층계의 계단들을 내려갔다…… 나는 노쇠한 늙은이였고, 내가 상기했던 모든 사건들은 가구 칸막이들 속을 헤집는 드릴처럼 아래위로 내 근육들의 가장 깊은 곳을 파헤쳤다……”

 

 

 

 땅의 내장 속에서 일하는 광부는 땅 밑 세상의 존재들을 거리낌없이 삼킨다.

 

 

 

 한 젊은 처녀가 그녀의 질 속에 계란을 넣었는데, 그것은 그 장소에서 부화의 모든 단계를 끝냈고, 그래서 그녀는 살아 있는 닭을 분만한 것 같다라고 전하는 것은 또다시 라스파이이다.

 

 

 

 대지의 소리는 자음이다. 모음들은 다른 원소들에 결부된다. 특히 공기라는 원소에, 부드럽게 살짝 열린 행복한 입술에서 숨결과 함께 조성되는 모음이 결부된다.

 

 

 

 동굴은 태양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결코 길을 잃어버린 적 없으면서도 길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법이다.

 

 

 

 고통은 언제나 자신을 괴로힐 도구를 상상해내는 법이다.

 

 

 

 색조를 띤 정맥

 

 

 

 느림도 빠름도 나에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내가 평영으로 팔을 한 번 휘저어 나갈 때마다 아마 여러 해가 흘렀을 것이다.

 

 

 

 니체라는 불타는 듯한 열정의 인물과 비교할 때 로자노프는 얼마나 둔중하고 또 불투명한지! 그는 더운 존재다. 그러나 그것도 동물적이며 습한 열기로 그러하다. 그것은 그가 피부와 내장으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로자노프가 꿈에 젖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나는 어머니 뱃속에 들어 있으면서 태어나려는 욕망이 전혀 없는 그런 아이라 할까. 왜냐하면 나는 여기서 충분히 따뜻함을 느끼니까.

 

 

 

 비키 바움은 말한다(『사형 선고Arret de Mort): “광부는 검고 황량한 헐벗은 사내다. 그는 대지의 창장에 올라앉아…….”

 

 

 

 나는 하수구치기가 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내 꿈은 하수구치기였습니다. 제게 이 직업은 그저 놀랍게만 여겨집니다. 지하의 창자를 통해 온 지구를 누벼야겠다고 곧잘 상상했어요. 바스티유로 들어가서 지옥까지 연결되겠죠. 중국이나 일본, 아랍으로도 나올 수 있겠죠. 소인국들도 보러 갈 수 있을 거고, 유령들, 지하 요정들도 보러 갈 겁니다. 지구 속을 누비는 여행을 할 거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죠. 나는 아직까지도 하수구 속에는 감춰진 보물이 있어서 거기 소풍을 가서 흙을 파내고 금과 보석을 잔뜩 찾아내서 부모님께 돌아가리라 상상한답니다.”

 

 

 

 뱀은 동물들 중에서 가장 대지적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동물화된 뿌리이며, 이미지들의 질서 속에서 뱀은 식물계와 동물계를 잇는 연결선이다.

 

 

 

 뱀이 인간 안에 있다. 대장이 그것이다. 그것은 유혹하고 배반하고 벌한다.”

 

 

 

 뿌리는 지탱하는 힘인 동시에 찌르는 힘이다.

 

 

 

 인간이라는 이 위대한 전략가는 대상물을 대상물에 대항시킨다 : 뿌리-쟁기가 뿌리를 뿌리뽑는 것이다.

 

 

 

 존재하려는 욕망을 그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나무들은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따름이었다.

 

 

 

 뿌리의 끝점에 이를 때 바로 한 우주의 극점에 있는 듯 느껴진다.

 

 

 

 탐식스런 풀이 빽빽한 숲 속에서 풀을 뜯네:

 줄곧, 식물들의 치아 아래로

 사물들이 씹히고 있는 애매한 소리가 들리네

 

 

 

 저녁나절 숲들은 먹느라 소리를 낸다.

 

 

 

 가스통 푸르넬이 내게 말한 바 있듯이

포도나무는 모든 것을, 제게 적합한 토양까지도 창조해낸다.

바로 포도나무 스스로가 제 잔해와 찌꺼기를

계속 내려놓음으로써 적합한 토양을 스스로 만들어냈으니,

거기서 포도나무가 제 결실을 숙성시키는 고상하고도

감미로운 정수(精髓)가 빚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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