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게임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민음사, 2009(1판 1쇄)
“질투와 시기는 평범한 이류 인간들의 종교라네. 질투는 그들에게 기운을 주고, 그들을 마음속으로 갉아먹는 불안감에 화답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영혼을 썩게 하여 천한 행위와 탐욕을 합리화하게 해 주지.”
사람들은 처음으로 물을 마신 후에야 비로소 갈증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책과 침묵만으로 존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녀와 함께 보내는 그 순간들을 음미하기 위해 살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의 마음에 그다지 들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불쑥 서른 살이 될 것이고, 내가 열다섯 살 때 꿈꾸었던 미래의 나와는 갈수록 비슷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때, 에스코비야스가 문으로 들어와 쌀쌀맞고 인정미 없는 분위기를 풍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누구를 쳐다보든 언제나 눈으로 관의 크기를 재는 것 같았다.
집은 하루 종일 굳게 닫혀 있었고, 매일 도시를 조금씩 더 숨 막히게 만들던 습하고 악의에 찬 더위가 먼지투성이의 햇빛처럼 집 안을 떠돌아다녔다.
“모든 돈은 더럽습니다. 만일 깨끗하다면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이사벨라, 정말로 글을 쓰는 데 전념하고 싶다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네 작품을 읽히고 싶다면, 종종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고 욕하고 경멸하고 심지어 거의 언제나 무관심을 보이더라도, 그것에 익숙해져야만 해.”
“아니야. 그냥 독백이야. 술꾼의 특권이지.”
나는 피가 물속으로 들어가듯이 석양이 도시 위로 번질 때까지 탑의 서재에 머물렀다.
‘시는 눈물로 쓰이고, 소설은 피로 쓰이며, 역사는 보잘것없는 것으로 쓰인다.’ 추기경은 이렇게 말하면서 촛불의 불빛 아래서 칼날에 독을 묻혔다.
“역사는 생물학의 쓰레기터예요, 마르틴.”
“자연이란 시인들이 노래하는 요정이나 미소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계속 살아 있기 위해 출산을 하는 피조물들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내가 발견한 얼마 안 되는 확신 중의 하나는 신성함과 인간과 하느님에 관해 글을 쓰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느꼈던 작가들 대부분이 박학하고 정통한 학자들이며 최고 수준의 독실한 신자들이었음은 틀림없지만, 작가로서는 꼴불견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의 책 위에서 헛바퀴를 돌아야만 했던 가련한 독자들은 문장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따분함에 지쳐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부서진 마음의 가장 좋은 점이 뭔지 알아요?” 사서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 한 번만 정말로 부서질 수 있다는 거지요. 나머지는 할퀸 자국에 불과해요.”
나는 하나를 들고 불을 붙였다. 맛이 강했다. 따스한 시가 연기는 한 인간이 마음 편하게 죽기 위해 원할 수 있는 모든 향기와 독을 가진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믿거나 믿지 않는 건 소심한 행위지요. 알거나 알지 못하거나가 바로 문제인 것입니다.”
“비유적인 의미로 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수다쟁이가 아닙니다. 말은 인간의 화폐입니다.”
“문학, 적어도 훌륭한 문학은 예술적인 피가 흐르는 과학이야. 건축이나 음악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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