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단독자 골키퍼
(Four Four Two 028 중)
세계 최고의 수문장 중 한 명인 판 데르 사르가 정기적으로 정신과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경기에 나설 때마다 그를 엄습하는 고독감,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다.
공격은 팬들을 기쁘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기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코너킥,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는 벽을 이용한 싸움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관전포인트를 제공한다. 키커는 벽을 넘겨 골망을 조준하고 골키퍼는 벽을 활용해 막는 ‘공성전’의 성격이다.
골키퍼에게 필요한 여러 자질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판단력이다. 상황을 촉체적으로 파악하는 속도가 곧 몸의 반응으로 이어지고 실점 혹은 선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각을 줄여 나갈지, 골 지역을 지키고 기다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판단력에 의해 좌우된다.
상황을 예측하고 판단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유도하는 이가 좋은 골키퍼다.
골키퍼는 모든 순간에 혼자인 존재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플레이는 10명의 협업에 의해 이뤄지는 데 반해 골키퍼는 90분 간의 모든 상황에 대해 철저히 혼자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
골문 앞에 처음 선 순간부터 좋은 골키퍼로 성장하는 과정은 곧 고독함에 익숙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골키퍼들은 이를 ‘숙명’이라고 했다.
골키퍼의 시선이 향하는 범위와 각도는 사뭇 다르다. 경기장 전체를 한 눈에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동료들의 등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시선이다. 덕문에 매 상황에 대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진다. 유독 골키퍼들에게만 발달되는 독특한 감각이다. 전술적 흐름과 적중 여부는 물론 선수들의 컨디션, 체력 소진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경기 전 손가락이 밀리지 않도록 마디마디 테이핑을 하지만 습관적으로 탈골되는 경우도 많다. 골키퍼들의 손가락은 대부분 틀어졌거나 마디가 굵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부상이 반복되면서 남게 된 흔적이다.
골키퍼는 자신이 가진 기량이 80점이면 그걸 꾸준히 유지해야 된다. 어느 날은 100점 플레이를 했다가 어떤 날은 70점 수준도 못 하면 팀 전체가 요동을 치게 된다.
골키퍼 뒤에는 아무도 없다.
세컨드와 서드 골키퍼는 퍼스트 골키퍼에게 압박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골키퍼는 축구에서 가장 예민한 포지션이다. 항상 경기 감각이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부상을 입거나, 정말 극도의 부진을 겪는 게 아니라면 지도자 입장에선 바꾸지 않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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