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소개팅.
나는 좋았어요.
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상대도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연은 만족스러웠을 거야. 가말쵸바. 역시 훌륭한 팀.
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올해 계속 사람들과의 사적 만남을 피하다 보니
확실히 감이 떨어져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던 듯 싶다.
수영을 할 때 처음 물에 들어가서 팔을 몇 번 휘저어보면
오늘 좀 되겠구나 싶을 때와
오늘 영 아닌데 싶을 때가 있는데
소개팅도 확실히 그런 게 있는 모양으로
물이 벽처럼 딱딱하고 푸석하게 느껴지는 날
그래서 물이 날 거부한다고 느껴지는 날처럼
대화가 막막하고 허약하고 탄력적이지 못했던 듯 싶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넬 때마다
바다 너머 등대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기분이었다.
말하고 나서 한참동안 고요하여
내 말이 건너갔는지 가다 말았는지
혹은 내가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서성거리고 동정을 살피게 되는.
뭐 그렇다고 안 좋았다는 건 아니지.
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상대는 인어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동화속 계모나 계모의 딸처럼 못된 사람도 아니었고
몇 번은 폭죽처럼 웃음을 터뜨려주었고
집에 바래다 줄 때 택시 안에서
같이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라고 말해주었으니까.
휴대폰 번호를 건네 받고
잘 가라는 다음에 또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답장을 받고
가을 바람 속에 밤 송이가 벌어지듯
내 마음이 벌어질 듯 말 듯 한데
벌어지게 둘까 다물게 할까
아직은 내 마음을 확실히 모르겠는
그런 일요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