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나는 맥도널드 갈 때면 귀마개를 가져가곤 한다.
고요한 공간을 좋아하는 내게 맥도널드의 소음은 지옥을 연상시킨다.
그들의 컨셉이 happy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시각적으로 심플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이
만약 소음을 시각화 했을 때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라는 소리가 하나의 선을,
“아아아~~~”는 긴 선을
“아장 아장”은 동그란 무늬를 그린다고 했을 때
맥도널드에 가득하다 못해 찌부러진 소리들은
수백 번의 덧칠로 덕지덕지 쓰레기가 된 캔버스 더미와 비슷할 것이다.
VIP들은 언제나 그들만의 고요한 고간을 보장 받고 그만큼의 값을 치르지만
나 같은 서민은 그저 견디기 위해 2천 원짜리 귀마개를 사용한다.
나날이 퇴화되는 눈과 귀에 실망하며 지내다가도
이럴 때 가끔 신체의 대단함을 느낀다.
귀마개로 빈틈 없이 귓구멍을 막았는데도 옆에서 말하는 소리들이
다 들리는 것이다.
사람의 귀는 이 시끄러운 도시 속에서도 아직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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