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전세계적으로 사자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자정부터 새벽 1 사이가 최적의 관측 시간으로

시간당 100개 이상의 유성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방향은 동쪽으로.

 

1시간 10분 가량만 기다리면

별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가만히 시간이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니

오랜만에 잔잔하게 가슴이 뛴다.

 

이미 기술 상으로는 우주에다가도 광고를 때려 댈 수가 있다지만,

그래, 유성우가 쏟아지듯이

카피와 메인 비쥬얼이 쑤욱 밤 하늘을 가르게 연출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따위 세상은 제발 내가 죽고 나서나 왔으면 좋겠다.

 

광고가 제품을 지키고 이미지를 지키고

요즘처럼 산과 자연, , 건강

보수 정부의 땅파기 정책까지도 지켜준다면

당연히 광고가 광고 스스로의 가치나 이미지도 지켰으면 좋겠다.

 

더욱 참신하고, 더욱 새롭고, 더욱 파격적인 매체가 개발되고

또 이미 전파나 지면의 영역을 좁고 답답하게 여기는

광고라는 생명체가 자칫 도가 지나쳐

저 가뜩이나 얼마 남지 않은 별빛 마저 가려 버릴까 봐 두렵다.

 

지금도 밤하늘 반짝이는 대부분은 위성이라니,

이미 절반은 <트루먼 쇼>의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시간 당 100개씩 쏟아지는 유성우처럼

때맞춰 일감들이 10분 단위로 우수수 떨어져 야근하는 지금.

왜 일을 하고 있는데 자꾸 청소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까.

 

지지난 주에 읽어놓고 아직 정리를 못해놓고 있는 책이 있는데

박노자의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1, 2>에 이어 나온 3번째 시리즈인데

왜 제목을 다르게 붙였을까

 

 이런 내용들이 있다.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봐도 약 22퍼센트가 부자가 되는 것이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참고로, 방글라데시에서 그렇게 답하는 이들은 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한국 자본주의 모델에서 대학이란 일차적으로 20대 초반 청년 대다수의 최종 사회화 기관이고, 사회의 위계서열적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신분 결정적 기관이다.

 

 

 그렇다면 이제 명문대라는 말을 스웨덴어나 노르웨이어로 번역해보자. 딱 맞는 번역어 자체가 없다. 동질의 사회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보통 prestisjetungt universitet(사회적 권위를 부여하는 대학)이라고 번역하지만, 어쨌든 직역어는 아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에서 고교 졸업생의 90퍼센트 가까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진짜 이유를 북구 학생들에게 설명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가를 판단하는 기준 중에 하나는,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1년 이상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책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가, 일지도 모른다.

 

 대충 5년쯤 전에 <당신들의 대한민국 1>을 읽었을 때, 인상 깊었던 것 중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한국청년들은 외국인에게 말을 걸며 친구가 되자고 한다.

그런데 그 목적이 그것이 영어 실력을 빠르게 향상 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나는 너에게 한국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어주고,

너는 나의 영어 실력을 향상 시켜주고의 일종의 거래가 이뤄지는 셈인데,

이것이 외국인(예를 들면 러시아 유학생)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진다.

한국에선 그런 식으로 거래하는 관계를 친구라고 부르나?

 

 

 간혹 가다 지금도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 중에 이런 조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 실력을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거야.

수능 문제를 풀듯이 이 문장을 해석해보면,

 

여기서의 친구의 의미는 내 서툰 영어 실력을 향상 시켜줄 돈 들지 않는 솔루션이다.

 

 앞에 나온 부자로 사는 게 정직하게 사는 것 보다 중요하다는 부분과 대구를 맞춰보면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 당장 영어 실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이러니 한국 사람들이 친구가 많지

 

 

별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반대로 지구가 보이게 된다.

쏟아지는 유성우의 몸짓을 쫓아가다 보면

의외로 어?

하며 평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지구의 모습이 새롭게 보인다.

 

 

러시아에서 온 한국학 교수의 날카로운 비판들이

시간당 100개씩 쏟아지는 사자자리 유성우 같았다.

 

 

앞으로 30분 뒤에... 나는 지구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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