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는 일

 

 

 

 

내가 너무 강해져 시를 못 쓰는 것이다

부러져나간 나무젓가락이 삐죽 가시를 새워 웃는다

고속도로에 쥐포처럼 늘러 붙어있는

동물 시체들이 그런 미소를 짓곤 했다.

굳이 그렇게 몇 걸음 못 가 쓰러질 사람 보듯이

제 위로 지나치는 차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시체를 수습하듯 젓가락을 들어

심연에서 꺼낸 뜨거운 라면을 잡는다

죽은 동물들을 롤러로 문지르며 우려낸 듯한 맛

덥다

덥고 라면 먹는 일이 목발 잡고 걸어가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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